"공단의 인력구조는 40~50대 연령층이 70%를 넘어 전형적인 '항아리형'입니다.이 상태로는 향후 10년 내 업무수행 자체가 힘들 정도지요.하지만 이는 직원들도 공감하는 부분이라 자발적 명퇴를 유도해 무리없이 풀 자신이 있습니다."

올해 제도 도입 30주년을 맞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이재용 이사장(53)은 새해 최대의 혁신과제로 공단 조직의 안정화를 꼽았다.

그는 "건강보험제도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회보장제도로 정착되려면 재정 안정화 이전에 공단부터 먼저 건강해져야 한다"며 조직의 고령화 문제를 푸는 방안으로 명예퇴직과 인력 재배치를 제시했다.

조직의 살을 도려내는 '험한'작업에 나서는 그가 이처럼 자신감을 갖는 데는 그의 개혁적 성향의 이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취임한 이 이사장은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후 환경운동을 하다 대구 남구청장(연임)을 거쳐 환경부 장관을 역임하는 등 다소 이색적인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특히 민선 구청장 시절(1995∼2002년)엔 퇴폐 유흥업소 단속,삼성그룹 노조 승인 등으로 개혁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시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 이사장은 "고령인력 해소를 위해 그동안 20년 이상 근무자에 허용됐던 명예퇴직을 올해부터는 15년 이상 근무자도 신청할 수 있도록 인사규정을 바꿨다"며 "이를 통해 올해 약 600∼700명 정도의 고령 인력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 이사장은 또 노사 단체협약을 통해 전 직원이 상여금의 50%를 갹출해 100억원 규모의 명퇴 기금을 만들었으며 이 돈으로 일정액의 인센티브를 명퇴금에 얹어 지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또 2009년 1월까지 4대 사회보험공단(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부과·징수업무를 통합키로 한 것과 관련,조직통합에 따른 유휴 인력은 강제적인 구조조정보다는 노인수발보험,가입자 보호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분야에 재배치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의 부과·징수업무 인력 5000명 중 절반 정도(2400명)는 통합 조직으로 보내고 나머지(2600명)는 새로운 업무부서에 맡겨 무리없이 조직을 안정화시켜간다는 전략인 셈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