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연초부터 노조의 '억지 파업'에 발목이 붙들려 있는 사이 인도 러시아 중국 미국 등 현대차의 4대 주력 해외시장에서 경쟁업체들의 공세가 부쩍 강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러시아에서 수입차 1위 자리를 경쟁업체에 내줬고 인도와 중국에서도 혼다 도요타 등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소모적인 '집안싸움'에 시간을 보내는 동안 현대차의 성장 기반인 해외 시장이 급격하게 와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와 혼다,미국의 GM 포드,유럽의 폭스바겐 르노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최근 현대차의 아성으로 분류되는 인도 러시아 중국에 대한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혼다가 인도에서 현대차를 따라잡기 위해 1억5000만~2억달러를 들여 뉴델리 인근에 2009년까지 연산 5만대 규모의 공장을 짓고 기존 공장의 생산능력도 연말까지 10만대로 두 배 키우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도시장에서 현대차는 지난해 18.5%의 시장 점유율로 현지 업체인 마루티에 이어 2위를 지켰지만 혼다(4위)와 도요타(8위)가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도요타는 2009년까지 현지 공장을 세워 소형차를 연간 15만대 생산할 계획이다.

르노도 현지 업체와 합작으로 올해부터 600만원대 저가 승용차인 로간을 선보인다.

GM은 시보레 브랜드의 아베오(칼로스)와 스파크(마티즈) 등 옛 대우차를 앞세워 현대차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러시아 수입차시장에서는 현대차가 3년 만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포드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지난해 11만5985대를 팔아 현대차(10만685대)를 제친 것.현대차는 도요타(렉서스 포함)에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노조의 파업으로 작년 7월 이후 차량이 제때 공급되지 못해 상당수 고객들이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러시아 수입차시장이 갈수록 커지자 GM은 현지 업체와의 합작을 청산하고 독자 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고 닛산과 폭스바겐도 현지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도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중국 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차는 지난해 4위(점유율 7%)에 랭크됐지만 10위권 밖이었던 중·일 합작사 이치도요타가 7위(5.5%)까지 따라왔다.

이치도요타는 현대차를 따라잡기 위해 50만대가량인 중국 내 생산능력을 2010년까지 9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GM과 포드도 중국에 각각 30억달러와 10억달러를 투자,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치루이 등 중국 토종업체들도 저가 차량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 러시아 외에 미국에서도 현대차는 환율 충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에 주력해야 할 시기에 파업이 발생해 힘들게 쌓아올린 해외 기반이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