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속한 공화당에 거액의 로비 자금을 뿌리면서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등 소위 '신흥시장' 재건 사업을 독식했다는 의혹을 사는 미국 컨설팅기업 베어링포인트와 미국 정부의 '끈끈한'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15일 미국의 이라크 침공 작전명인 '충격과 공포'(Shock & Awe)를 빗댄 '충격과 석유(Shock & Oil)'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라크 사업 수주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는 이 회사와 백악관 사이의 커넥션 의혹을 상세히 보도했다.

미국 정치자금 추이를 추적하는 민간기구인 정치반응센터(CRP)에 따르면, 베어링포인트는 지난 2000년과 2004년 대통령 선거 당시 1억1천700만달러를 부시측에 제공, 다른 이라크 관련 수주 기업들 가운데 가장 많은 돈을 지원했다.

또 이 회사의 정치자금을 받은 인사들 가운데는 국방부 발주 계약을 감독하는 미 하원 국방소위원회 소속의 저명한 의원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베어링포인트에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의 군사공격으로 정권이 무너진 국가의 재건 사업을 가리키는 '신흥시장사업'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제임스 호너 사장은 2005년 8월 5천 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해 이 회사는 34억 달러의 매출액을 올렸으나 7억2천2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돼 있으며 이런 사실에 대한 감사가 지난 한 해 동안 전혀 이뤄지지 않다 최근에야 그 회계 내역이 공개됐다.

앞서 이 회사는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진 직후 미국 국제개발처(USAID)로부터 가장 먼저 2억4천만달러 짜리 이라크 재건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베어링포인트의 역할은 무역과 상거래 및 투자와 관련된 이라크 법률과 각종 규제 및 제도를 점검하고 행정부와 중앙은행의 대 이라크 정책 입안에 도움을 주는 것이었다.

2003년 이 회사에게 맡겨진 또다른 역할은 이라크의 새 통화를 도입하고 이라크 기업들에 자금을 제공하면서 이라크 경제를 시장경제 체제로 전환시키는 것이었으며 이와 관련해서도 미 국제개발처에 이라크 관련 정책을 조언하는 이 회사 직원들이 이라크 재건 사업 입찰과 관련한 규정을 만드는데 관여했다는 비난을 샀다.

또 이 회사가 미국 정부를 대신해 이라크를 점령 통치하던 연합군 임시행정처(CPA)를 지원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밖에 베어링포인트 직원들이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 있는 미국 대사관에 머물면서 이라크 석유부가 새로운 탄화수소 관련 법률을 입안하는데 관여하고 있다고 지난주 인디펜던트가 보도한 바 있다.

앞으로 몇 주 내에 이라크 의회에 제출될 이 법안에 따르면 서방 석유 기업들은 이라크 석유 시설에 대한 투자를 대가로 이라크 석유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겨갈 수 있게 된다.

베어링포인트는 5개월 동안 미 국제개발처를 도와 이라크 재건 관련 업무 명세를 작성했으며 정식 사업을 수주하기도 전에 직원들이 이라크에 가 일을 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에 반해 베어링포인트와 경쟁관계에 있던 다른 회사들은 이라크 관련 사업 입찰 전 1주일 전에야 베어링포인트가 관여해 만들어진 사업 명세서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미 국제개발처 감사는 "베어링포인트가 이라크 경제 재건 프로그램에 광범위하게 관여함으로써 불공정 거래 의혹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링포인트는 이라크 사업 수주와 관련해 공정하고도 투명한 절차를 밟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 '신흥시장' 외에도 중동의 여러 나라에서 시장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과정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르단에서 외국 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사업 관련 규제 최소화와 세제 개혁에 관여하고 있고 이집트에서는 관세 개혁 및 외국 기업들의 특허권 인정과 관련한 조언을 해 주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정부의 중동 정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덕분에 미국 정부가 발주하는 사업이 이 회사 수익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워싱턴에서의 영향력도 대단하다.

베어링포인트가 정치자금 제공자 명단에 오른 2001년 이후 이 회사 주식값은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으며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축출되는 수모를 겪었다.

베이링포인트는 2002년 세계적인 영업망을 갖춘 거대 회계 그룹인 KPMG에서 분사한 직후 KPMG컨설팅이라는 이름을 사용해 오다 그 해 10월2일 회사명을 바꿨고 이후 나스닥 시장에서 뉴욕증권거래소로 종목이 이전됐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