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그냥 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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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라는 영화가 있다. 주인공은 백수다. 작곡가 아버지의 저작권료 덕에 놀아도 돈 걱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도 귀찮아 혼자 멋대로 살아간다. 그런 그가 우연히 이혼한 엄마와 사는 왕따 소년을 만나 돕게 되면서 일과 사랑 가족의 소중함에 눈떠 간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의 삶은 자유롭다. 일터에 나가지 않으니 시간에 매일 필요도 없고,독신이니 아내나 아이에 신경쓸 일도 없다. 설마,이런 삶이 부러운 건가. 이유 없이 '그냥 쉬는' 남성이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아픈 것도 아니고 취업하지 못할 만큼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집에서 논다는 것이다.
별다른 이유가 없다지만 뒤져보면 이유가 영 없을 리 없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한 사람도 없지 않아 있을 테지만,그보다는 적당한 직장을 찾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일지 모른다. 물론 일터를 찾다 찾다 못해 포기한 구직단념자 통계는 따로 냈다지만 둘을 확실하게 구분하기란 사실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개중엔 자존심상 "취업이 안돼 쉰다"고 털어놓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속으론 어지간하면 취업하고 싶은데 "겨우 그 월급 받고" 혹은 "남들 보기 창피하게,차라리 그냥 집에 있지"라는 얘기 탓에 눌러앉다 보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사례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됐으리라는 점이다. 좋은 직장이 있으면 그 숱한 사람이 그냥 쉴 리 없다. 그러나 혹시 일부는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아닐까. 대졸 초임 연봉이 3000만원이라지만 그건 10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상위 0.04%고,평균 초임은 1886만원이라는 마당이다.
처음부터 좋으면 좋겠지만 첫술에 배 부르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해 자리를 찾는 방법도 있다. '그냥 쉬는'남성이 늘어난다는 통계를 두고 '여성의 사회 진출에 밀려'라는 해석도 있지만 실은 여성이 조건을 덜 따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무만큼 실력을 높이는 건 없다. 잘난사람도 놀다 보면 뒤지기 십상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주인공의 삶은 자유롭다. 일터에 나가지 않으니 시간에 매일 필요도 없고,독신이니 아내나 아이에 신경쓸 일도 없다. 설마,이런 삶이 부러운 건가. 이유 없이 '그냥 쉬는' 남성이 연간 10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다. 아픈 것도 아니고 취업하지 못할 만큼 나이가 많지도 않은데 집에서 논다는 것이다.
별다른 이유가 없다지만 뒤져보면 이유가 영 없을 리 없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일하지 않아도 먹고 살 만한 사람도 없지 않아 있을 테지만,그보다는 적당한 직장을 찾지 못한 이들이 대다수일지 모른다. 물론 일터를 찾다 찾다 못해 포기한 구직단념자 통계는 따로 냈다지만 둘을 확실하게 구분하기란 사실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개중엔 자존심상 "취업이 안돼 쉰다"고 털어놓지 못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속으론 어지간하면 취업하고 싶은데 "겨우 그 월급 받고" 혹은 "남들 보기 창피하게,차라리 그냥 집에 있지"라는 얘기 탓에 눌러앉다 보니 오도가도 못하게 된 사례가 포함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분명한 건 어느 쪽이든 일자리 부족에서 비롯됐으리라는 점이다. 좋은 직장이 있으면 그 숱한 사람이 그냥 쉴 리 없다. 그러나 혹시 일부는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게 아닐까. 대졸 초임 연봉이 3000만원이라지만 그건 10인 이상 사업체 기준으로 상위 0.04%고,평균 초임은 1886만원이라는 마당이다.
처음부터 좋으면 좋겠지만 첫술에 배 부르지 않아도 열심히 노력해 자리를 찾는 방법도 있다. '그냥 쉬는'남성이 늘어난다는 통계를 두고 '여성의 사회 진출에 밀려'라는 해석도 있지만 실은 여성이 조건을 덜 따지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실무만큼 실력을 높이는 건 없다. 잘난사람도 놀다 보면 뒤지기 십상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