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八道 < 코리아컴패니 회장 jpdhongin@hanmail.net >

1976년 ㈜홍인이 안양시 안양7동으로 확장 이전할 때였다.

안양경찰서로부터 안양교도소 출소자들을 생산직 근로자로 채용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혼자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사원들과 협의했다.

망설이는 이들이 없진 않았으나 상당수가 동의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무래도 처음엔 서먹한 분위기였다.

그러나 점차 전 직원의 배려가 이뤄졌고 출소자들 역시 적응해갔다.

그들이 직장생활을 통해 보람을 느끼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갱생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그러다 80년 초 일본 도쿄에서 외국의 출소자 관리상황 연구차 유럽 출장을 다녀오던 법무부 관계자로부터 출소 이후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이 일이 계기가 돼 81년 법무부 범죄예방 자원봉사위원을 맡게 됐고,86년 이래 회사 내 별도 건물에 법무부 범죄예방협의회 사무실을 제공하는 한편 운영비 일부도 지원해왔다.

많은 사람들이 출소자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멀리 하려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그들도 본성은 선한 이들인 수가 허다하다.

피치 못할 사정 혹은 사회적·환경적 요소로 인해 죄를 저지르곤 후회와 참회 속에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출소 후 누군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도와주면 사회에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에 나온 뒤 제대로 살아갈 기회를 얻지 못하면 다시금 죄의 유혹에 빠질 확률이 높아지는 셈이다.

나와 남의 차이는 입을 열고 닫는 것뿐이라고 한다.

'나'하면서 열었던 입과 마음을 'ㅁ'자를 더해 닫아버리면 '남'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와 남,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을 무섭게 구분 짓는 경향이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남이 하면 스캔들'이라고 자신에겐 마냥 너그러우면서 남에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아는 사람의 일은 그저 좋은 쪽으로 생각하거나 그럴 수도 있다고 여기면서 모르는 사람의 일은 시시콜콜 의심하고 부정적인 쪽으로 결론지으려 들곤 한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의 일도 눈여겨보고 귀 기울여 들으면서 관심을 가지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출소자 문제도 그런 것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뭐든 하면 할수록 늘고 보람도 더해지는 듯하다.

내 경우 출소자 돕기에 참여하다 보니 어느 틈에 학교폭력 예방,소년소녀가장 돕기,한국지체장애인후원회 일도 거들게 됐다. 98년엔 범죄예방 수원시 만안지구협의회 회장을 맡아 '자녀 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봉사위원들과 함께 청소년 선도 및 어려운 이웃 돕기에 나섰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 뿐이다.

그러나 봉사활동 역시 여럿이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앞으로도 늘 즐거운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자원봉사에 적은 힘이나마 보태야지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