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80%를 주목하라.' 은행권에도 '롱테일(Long Tail) 마케팅' 바람이 불고 있다.

롱테일 마케팅이란 상위 20%의 고객을 집중 공략하면 전체 수익의 80%를 얻을 수 있다는 소위 80/20의 파레토 법칙과 대칭되는 마케팅 기법. 평범한 대다수인 80%의 고객층을 공략하는 데서 큰 사업 기회를 찾자는 것이다.

거액 자산가 등 VIP 고객을 대상으로 프라이빗뱅킹(PB) 대전이 한풀 꺾이자 다시 다수 고객층 공략에 나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급여통장 잡기'가 롱테일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다. 급여통장은 저비용 예금으로 은행의 대출금리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원천임에도 거액 예금자인 프라이빗뱅킹 고객에 비해 홀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급여이체 통장을 가진 고객이 이 통장을 기반으로 신용카드 거래계좌를 트고 대출까지 받는 등 주거래고객이 돼 높은 수익을 올려주는 것으로 분석됨에 따라 은행권에 급여통장 유치전이 가열되고 있다.

더욱이 내년 자금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종금사 및 증권사들이 높은 금리를 앞세워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유치를 위한 대대적인 홍보전을 펼치자 각 은행들도 저마다 수수료 면제와 금리 우대 등을 내세우며 월급통장 유치에 전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우리은행 임영학 R&D팀 부부장은 "올해 모든 은행들이 급여통장 등 저비용성예금 유치에 주력할 것"이라며 "특히 제2금융권의 고금리 상품인 CMA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입출금식예금에 대한 개발 및 마케팅이 활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000만개에 달하는 LG카드의 결제 계좌를 잡기 위한 은행권 경쟁이 불붙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오는 3월 신한금융지주로 편입되는 LG카드의 결제 계좌는 현재 국민은행과 농협 등 2곳이 각각 25%,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0%,나머지 은행은 2~6%씩 갖고 있다. 신한은행은 LG카드 회원을 위한 특화상품을 내놓고 카드 및 은행 간 교차 판매를 통해 기존 고객의 절반 이상을 신한은행 계좌로 전환시킨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은행과 농협 등은 LG카드 결제 계좌를 유지하기 위한 수성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권의 여성 및 실버 관련 상품 영업 강화도 롱테일 마케팅의 일환이다. 국민은행 수신부의 정현호 팀장은 "롱테일 마케팅 개념이 관심을 끌면서 여성과 시니어 등 고객 분류별 틈새상품의 개발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지난해 9월 국민은행이 출시한 여성 전용 통장인 '명품여성통장'은 은행 상품으론 최단기인 출시 26일 만에 1조원의 판매고를 돌파하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하나은행이 최근 선보인 '여우통장.여우적금'도 그동안 80%의 롱테일에 해당됐던 여성고객을 재발견한 상품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역시 각각 결혼과 출산 때 금리를 우대해 주는 '미인통장'과 비자금 관리 기능을 갖춘 '여성시대 통장'을 앞세워 롱테일의 틈새시장인 여성고객을 공략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