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단행된 삼성그룹 인사의 특징은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조직 쇄신과 △전문성을 지닌 경영자들의 발탁으로 요약된다.

이건희 회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창조경영'을 실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을 얻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기태 부회장을 비롯해 성영목 호텔신라 사장,김낙회 제일기획 사장,이순동 전략기획실장 보좌역 사장 등 4명의 승진자는 모두 실행능력이 뛰어나고 담당 분야에서 높은 전문성을 쌓은 인물들이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정보통신총괄 사령탑을 맡은 최지성 사장이나 디지털미디어총괄을 맡은 박종우 사장 역시 이 회장이 지시하는 작전의 수행능력과 '몸싸움'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창조경영 1기' 멤버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다는 관측이다.

물론 큰 틀에서 보면 이학수 부회장(전략기획실장)과 윤종용·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이 유임되는 등 그룹 수뇌부 면모를 일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략기획실 내 고참 팀장들도 대부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학수·윤종용 부회장에 대한 유임인사를 통해 삼성을 글로벌 톱으로 이끌어온 현 경영 수뇌부에 대한 신뢰와 자신감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60세가 넘는 연령 등을 이유로 퇴진 가능성을 점쳐온 분위기였지만 이 회장이 생각하는 인선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기여도를 포함한 글로벌 역량과 축적된 경험이라는 점을 보여줬다.

특히 삼성전자 경영진을 대폭 재편한 것은 매출 1000억달러 달성을 향해 달려가는 거대 조직에 새로운 인물과 바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사령탑이 교체된 정보통신총괄과 디지털미디어총괄의 경우 대체로 '글로벌 톱' 수준에 올라있다고 할 수는 있지만 반도체총괄 만큼 확실한 '톱'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 회장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최지성 사장과 박종우 사장은 노키아 모토로라 소니 마쓰시타 애플 등이 버티고 있는 세계 IT(정보기술)업계에서 상대를 바꿔가며 피를 말리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현봉 생활가전 총괄 사장을 서남아총괄 사장으로 내보낸 것은 인도를 포함해 서남아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한 인사로 풀이된다.

삼성 관계자는 "북미 유럽 중국에 이어 서남아까지 사장급을 해외총괄 사장으로 내보내게 됐다"며 "이제 인도에 '제2의 삼성'을 건설하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일훈·이태명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