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6일 기자들의 '기사 담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를 조사하라고 지시,논란이 일고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기자실이 기사를 획일화하는 부작용이 있다"면서 "몇몇 기자들이 딱 죽치고 앉아 가지고 기사의 흐름을 주도해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언은 특히 지난 13일 아세안+3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출국 이전에 이미 준비된 것으로 알려져 노 대통령이 언론 개혁의 실질적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사 생성 메카니즘이 잘못

노 대통령이 정부 정책 기사의 왜곡을 지적하면서 구체적 사례로 지목한 것은 전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가비전 2030에 부응하는 건강투자전략'이다.

노 대통령이 관련 보도에 대해 "내가 복지부 장관에게 보고받을 때는 '국민건강 증진계획'이라고 보고받았는데,어제 TV에 나올 때는 단지 그냥 '출산비용 지원''대선용 의심' 이런 수준으로 폄하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청와대측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기사 생성의 메커니즘이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자실의 운용 실태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자실에서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고 보도자료를 자기들이 가공하고 만들어 나가고 담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13일 출국 전에 이미 국정홍보처에 이 같은 내용으로 국무회의에서의 발언 계획 취지를 전달하고,해외 사례 등에 대한 답변을 준비해놓으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단,"사과하라" 성명

노 대통령이 복지부의 '건강투자 전략' 발표 내용을 담합으로 '폄하'했으나 한국경제신문을 비롯한 대부분 언론의 보도는 발표 내용을 전달하면서 미흡한 점을 지적하는 '통상적' 수준이었다.

한경은 '임신∼출산 모든 검사 무료로'라는 스트레이트 기사와 '연령별로 국가서 건강관리…재원 마련은 불투명'이라는 박스기사를 통해 소개하면서 재원 마련 대책없이 미흡한 점을 지적했다.

15일 저녁의 TV 뉴스들도 '산전 검사비 무료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재원문제를 말미에 거론했을 뿐이다.

한편 보건복지부 기자단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고 청와대의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유 장관 "내가 부족한 탓"

유 장관은 이날 오후 복지부 출입기자들의 요청으로 면담을 갖고 "대통령 입장에서는 의미있는 정책변화라고 생각했는데 보도가 축소되고 선심성 정책으로 폄하됐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제 부족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건강투자에 대해 미리 세미나 등을 통해 기자단에 충분히 배경설명 등을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이심기·박수진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