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의 하이라이트는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승진한 이기태 부회장이다.

약 7년 동안 정보통신총괄을 이끌며 휴대폰부문을 그룹의 초일류 사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승진과 동시에 신수종사업 발굴 특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보통신총괄 내 임직원들은 이번 인사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이 부회장이 예고 없이 떠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한다.

그는 특히 황창규 반도체총괄 사장과 함께 '포스트 윤종용'의 대표 주자로 거론돼온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거취와 운신의 폭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스터 애니콜' 또는 '미스터 모바일'로 불리며 세계 정보통신업계를 쥐고 흔들었던 이 부회장의 일선 후퇴는 본인에게 아쉬울 수도 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일단 사업 일선을 떠나게 돼 앞으로 '포스트 윤종용'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앞서 기술총괄을 맡았던 이윤우 부회장의 역할이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았던 점도 이런 해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이윤우 부회장은 CTO와 대외협력담당 등 두 가지 업무를 수행해오다 이번에 대외협력 일만 맡게 됐다.

하지만 그룹쪽 시각은 좀 다르다.

전략기획실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이 사전에 이기태 부회장을 직접 불러 신수종사업 발굴을 강하게 주문했고 △반도체총괄의 김재욱 사장을 아래에 영입한 데다 △특유의 공격적인 협상력을 앞세워 주요 총괄 사장들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높아 "이 부회장이 새로운 기회를 갖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 욕심이 많은 이 부회장이 첨단기술에 해박한 김 사장과 호흡을 잘 맞출 경우 기술총괄 조직의 위상이나 역할이 예전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차세대 신수종 사업을 찾지 못해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으로선 적지 않은 부담을 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