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兌基 < 단국대 교수·경제학 >

2007년 정해년은 역술학적으로 600년 만에 찾아 온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올해 출산을 하려는 부부가 유난히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출산율은 2005년의 경우 세계 최저 수준인 1.08명이다. 출산율은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감소추세를 보였지만 지난 10년 사이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출산율이 이렇게 감소한 원인은 두 가지다. 하나는 노사갈등 등으로 경제성장의 동력이 떨어졌고 고용불안으로 먹고사는 문제가 갈수록 악화됐던 반면 인건비 상승,주택가격 폭등,사교육비 증가 등 고(高)물가구조 때문에 출산과 육아(育兒) 등에 따른 비용부담이 커진 데 있다. 다른 하나는 개인의 권리를 지나치게 중시하고 전통적인 가족관을 무시하는 사회분위기 때문에 젊은층이 출산이나 육아를 희망이나 축복보다는 고통과 희생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확산된 데 있다. 이 바람에 독신이나 이혼이 지나치게 미화되는가 하면 출산이 여성의 일방적인 희생인 것으로 왜곡됐다.

그렇다고 출산기피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한 가정의 출산은 개인적 결정이지만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사회적 환경이다. 부부가 자녀 하나만을 키우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일지 모르지만 사회 전체로 보면 비극이다. 출산율이 저하되고 인구가 감소하면 결국 자신의 노후를 챙겨줄 사람이 없어진다. 이러한 모순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가족이 많으면 지출이 많아지고 가족수당 등으로 직원들의 임금인상 요구가 커진다고 우려할지 모르지만 기업은 결국 노동력 부족과 내수시장의 붕괴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을 해결해야 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 문제를 속수무책이라고 보기 때문인지,아니면 당장 닥친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서 그런지 여전히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저출산대책으로 출산장려를 위한 지원금이나 보육시설확충 등의 정책으로 생색을 내고 있으나 이것만으로는 저출산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의 대책은 저출산문제 해결에 실패하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것 같다. 일본은 저출산문제 해결의 타이밍을 놓치고 뒤늦게 재정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저출산대책은 재정지원만으로 해결되지 못하며 사회시스템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마련돼야 성공할 수 있다. 출산율이 선진국에서 가장 높은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험이 이를 보여준다. 두 나라 모두 저출산문제에 봉착했을 때 여성들이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동시에 조화롭게 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를 개선하고 출산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던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취했다. 프랑스의 경우 이러한 입체적인 정책을 기반으로 재정지원을 편 데 힘입어 저출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가 출산기피에 따른 국가적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회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재정지원만 강화하는 고비용저효율 처방은 지양해야 한다. 출산문제의 사회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있어 기업의 역할이 크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젊은 사람의 대다수는 자신의 활동시간을 직장에서 가장 많이 보낸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기업은 직장생활과 가정생활의 연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족친화경영을 할 필요가 있다. 가족친화경영을 하면 기업도 이익이다. 직원들의 생산성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것은 국내외 기업의 사례에서 입증됐다.

가족친화경영의 방법은 다양하다. 예를 들면 현행 '9시 출근,6시 퇴근'을 '8시 출근,5시 퇴근'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직원들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기업은 퇴근 후 음주하는 시간을 줄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출산 및 육아로 인한 여직원의 휴직기간도 1년에서 3년으로 대폭 늘릴 필요가 있다. 직원들은 가정생활에 더 충실하게 되고 기업은 시간을 가지고 인적자원을 운영할 수 있어 인건비는 낮추고 생산성은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도 가족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노동조합도 당장 받는 수당이나 임금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노동력의 보존(保存)을 촉진하는 근무방식이나 근무형태를 만드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