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暢賢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이 있다. 이런 이치는 국가간 거래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외환 위기 후 구조조정 과정에 국내에 들어와 한몫 단단히 챙긴 외국 자본에 대한 우리 시각이 좋은 예다. 우리 국민들은 칼라일,뉴브리지,소버린,헤르메스 등이 큰 이익을 보고 세금 한 푼 내지 않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이들 자본의 성격이 벌처형 사모(私募)펀드라는 점은 크게 고려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낮은 가격에 자산을 매입해 시장이 정상화되면 매각하는 투기성이 강한 자본이다. 애당초 이들에게 국내 자산을 매각한 것이 잘못이었지만 이 사실은 너무 뒤늦게 깨달았다.

그렇다고 이것이 우리만의 후진적인 정서도 아니다. 1980년대 말 일본 자본이 미국의 록펠러센터와 컬럼비아 영화사를 샀을 때 미국민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제2의 진주만 공습이라는 감정적 반응이 나왔다. 그후 해외자본의 미국내 기업 인수·합병(M&A)을 정부가 차단할 수 있는 엑손-플로리오 법안이 도입되기까지 했다.

우리의 경우는 외국 자본에 대해 누적된 반감이 일거에 론스타를 향해 폭발한 측면이 있다. 외환(外換) 위기 이후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의 문제점들도 일거에 표출됐다. 여기에 론스타 스스로 비난을 자초한 면도 많았다. 론스타는 미 정부의 핵심인 텍사스 인맥과의 연결 고리를 바탕으로,생소한 지분·투자 구조를 통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노골화했다. 여기에 관료와의 밀착이나 로비의 정황,즉 외관(外官) 유착의 흔적이나 외환카드 주가 조작의 혐의까지 짙었다.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단체 등이 계속해서 문제를 삼고,검찰이 나서게 된 데에는 이런 우리 국민의 반(反)론스타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론스타가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은 당연히 사유 재산이다. 이를 매각하는 데 우리 국민들이 왈가왈부할 권리는 형식논리상 없다. 그러나 지금은 사적인 계약 위주로만 문제를 풀어가기가 무척 어렵게 됐다. 당장 검찰의 수사 결과 외환은행 매각 과정의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매각 백지화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물론 수사 결과를 근거로 금융감독위원회의 주식취득승인 처분에 대한 무효소송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논란이 재발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지분 매각 작업은 사적(私的)인 거래에 공적(公的)인 성격을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우리 정부와 론스타측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 정부는 철저하게 투명하고 객관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 국민 정서에 기대 외국 자본을 부당하게 취급한다는 비판을 자초(自招)해서는 안 된다. 검찰 수사 결과와 재판 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법에 따르면 되지,무리한 주장을 해서는 안 된다.

론스타의 경우도 국내에서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론스타 경영진은 우리 정부와 시장에 대해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해외에서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이는 자칫 우리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한 감정 싸움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5조원에 달할지 모르는 외환은행 매각 이익은 우리 정부 예산의 2.5%에 달하는 규모로,이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당연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우리 정부와 국민의 관심사가 된 이상 이해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가칭 외환은행매각자문위원회를 결성해,바람직한 매각 방향에 대해 자문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매각의 대상은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를 배제하고 국내외의 건전한 금융자본으로 하되,'토종 자본'도 일부 포함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론스타가 기왕에 공언한 1억달러 사회 헌납과 관련해서는,우리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볼 것을 제안한다.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해줄 것이라던 우리 기대가 컸던 만큼 론스타에 대한 실망도 컸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