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에서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의 전무 승진은 어느 정도 점쳐져 왔던 결과다.

다른 계열사의 대표이사 사장을 맡을 것이라는 소문도 한때 나돌았지만 '삼성의 인사 스타일대로 단계적 승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전무 승진은 이 전무에게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에서 전무는 상무와 달리 팀장을 맡을 수 있는 직급이기 때문.따라서 '전무 승진은 사실상 경영수업을 마무리하고 실전에 돌입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전무 자신도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07' 행사 중 최지성 사장의 기자간담회에 이례적으로 나타나 "올해는 커리어(경력)를 쌓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본격적으로 경영활동과 대외활동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대목이다.

따라서 이 전무가 처음 맡게 될 보직에 삼성뿐 아니라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의 주력 사업이든,신수종 사업이든 이건희 회장과 이 전무가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이 어떤 것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전무의 보직은 조직 개편이 마무리되는 2,3주 뒤에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무는 1968년 생으로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MBA),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경복고 시절엔 학생회장을 맡을 만큼 리더십도 갖췄다.

33세였던 2001년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 상무는 그동안 삼성전자 경영기획팀에 소속돼 회사와 업계,경제 전반에 대해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과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보고 자라며 이미 자연스럽게 경영자의 덕목도 체득했다.

또 매주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각 분야 박사들에게 1 대 1 강의를 들었고,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 월스트리트로 날아가 세계 최고의 금융가들로부터 각종 정보를 얻고 있다.

2002년에는 외부인으로는 이례적으로 미국 GE의 크로톤빌 연수원에서 CEO 양성과정을 교육받기도 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