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서남표)이 개교 36년 만에 처음으로 명예박사를 배출한다.

KAIST는 자수성가한 뒤 대학 기부문화에 모범을 보인 국내외 최고경영자(CEO) 4명을 선정,명예박사학위를 수여키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번에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CEO는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종문 미국 암벡스 벤처그룹 회장,닐 파팔라도 미국 메디테크사 회장,박병준 미국 뷰로 베리타스사 회장 등 4명이다. 이들은 내달 2일 열릴 학위 수여식에서 명예 공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정 전 회장(69)은 국내 벤처 역사의 산 증인으로 미래산업 회장 재직 시절 바이오시스템 연구 지원을 위해 KAIST에 300억원을 기부했다. 이 회장(79)은 미국의 벤처 투자기업인 암벡스를 운영하면서 KAIST에 도서관 설립 지원을 위해 20억원을 기부하는 등 국내 대학 여러 곳을 지원했다.

파팔라도 회장(71)은 미국 MIT대 출신으로 모교에 장학 기금을 만들어 재학생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있다. 박 회장(69)은 서울대와 포스텍 등 국내 대학에 기부를 하고 있는 벤처 기업인이다. 이 회장과 파팔라도 회장,박 회장은 현재 서남표 총장의 자문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KAIST는 이번에 처음으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하는 것은 대학발전에 기여한 CEO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보답을 해야 한다는 서 총장의 뜻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AIST는 그동안 '공학에서 명예박사는 의미가 없다'고 봐 이를 실행하지 않았다. 특히 10년 전인 1997년 명예박사학위 제도 신설을 검토했으나 교수들이 집단으로 반발해 무산된 적이 있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