韋勍宇 < 숙명여대 교수·경영학 >

오래전부터 생보사의 상장(上場)을 놓고 업계와 시민단체들은 격렬한 논쟁을 벌여 왔다.

논쟁의 핵심은 생보사가 상장될 경우 상장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돼야 하는가이다.

생보사의 상장은 89년 처음 추진됐지만 논쟁이 본격화된 것은 99년 공청회 등을 통해 상장 문제가 공론화되면서부터였다.

재무관리를 전공하는 필자로선 당시 이런 논쟁을 접하고는 다소 의아해했다.

왜냐하면 주식회사의 상장이익은 당연히 자본을 제공한 주주들에게 귀속돼야 마땅한 것인데 이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는 게 생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생보사 상장과 관련된 쟁점들은 국내 생보사의 성격,계약자 배당(配當)의 적정성,그리고 재평가적립금 중 내부유보액의 처리라는 세 가지로 크게 요약된다.

이에 대해 지난해 구성된 상장자문위는 최근 최종 입장을 발표했다.

상장자문위는 국내 생보사들은 법적으로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명백한 주식회사이며,내부유보금은 계약자 몫의 자본이라기보다 계약자 몫의 부채(負債)라고 규정했다.

또한 계약자에 대한 배당이 불충분했다는 근거도 발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러한 자문위의 입장은 시민단체의 주장과는 대립되는 것으로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쟁을 통해 사회가 발전한다는 측면에서 생보사 상장을 둘러싼 시민단체와 업계의 공방(攻防)이 부질없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생보업계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논쟁을 무한정 즐길 수만은 없을 것 같다.

최근 국내 생보시장은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거대 자금력을 가진 외국보험사의 진출로 국내 생보사의 시장점유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하나의 원인으로 비상장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비상장 보험사는 상장사에 비해 자본 확충을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다른 조건이 동일할 경우 국내 생보사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은 당연하다.

필자는 외국보험사에 시장을 뺏겨 속상하다는 등의 국수주의적(國粹主義的)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상장에 법적 제도적 문제가 없고,상장의 필요성 아니 절박성을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우리 스스로 상장을 지연시켜 국내 생보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아쉽다.

또한 소비자의 편익 제고와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우수인력들이 상장과 관련 논쟁에 정력과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까운 것이다.

논쟁을 지속하기에는 지난 17년 동안 지불해야 했던 비용이 너무 컸다.

이제 지루하고 소모적인 논쟁은 여기서 끝을 내자.필자는 우리 모두 상장자문위의 결정을 존중하자고 제안한다.

이해당사자들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 타협이 안 될 경우 해결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가 신뢰할 만한 3자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다.

단 제3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번 상장자문위는 객관적 입장을 견지했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필자는 학자의 입장에서 자문위가 사용한 분석 방법과 논리에 대해 꼼꼼히 검토해 보았다.

가능한 한 주관적 견해를 배제하고 법과 원칙,그리고 경제논리에 충실해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판단된다.

때문에 다람쥐 쳇바퀴 도는,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논쟁에 매달리기보다 대승적 차원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정부도 더 이상 정치적 이해득실을 고려하지 말고,적극적으로 개입해 지루한 논쟁을 종식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견토지쟁(犬兎之爭)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발빠른 명견과 재빠른 토끼의 이야기다.

개가 토끼를 뒤쫓았는데 그들은 수십리에 이르는 산기슭을 세 바퀴나 돌고 가파른 산꼭대기까지 다섯 번이나 오르락내리락하는 바람에 쫓기는 토끼도 쫓는 개도 힘이 다해 그 자리에 지쳐 쓰러져 죽고 지나가는 사람이 이 둘을 얻어 횡재를 했다는 내용이다.

생보사 상장문제와 관련해 견토지쟁이 생각나는 것은 비단 필자만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