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톱텐의 미술품 컬렉터 가운데는 미국인이 많다.

투자 자문회사나 재단의 자선단체 또는 그룹의 대표들이다.

월스트리트의 젊은 부자들이 수억달러의 미술품을 사들이고 있다는 보도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이들은 왜 엄청난 액수를 지불하며 그림을 소장하려고 하는 것일까.

세상에 하나뿐인 작품을 소장한다는 기쁨과 자신의 심미안을 알릴 수 있다는 기회가 1차적 요인이겠으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바로 투자다.

잘만 고르면 은행이자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

미술품 컬렉션이 회사 이미지를 높이고 종업원들의 근로 조건을 향상시킨다.

유산상속에도 유리하다.

피카소 그림 한 점만 가지고 있으면 상속세로 많은 돈이 나가는 것도 피할 수 있다.

자식에게 재산증식 효과까지 남겨진다.

결국은 상당부분이 돈과 결부되는 것이다.

개인적이거나 지엽적인 차원으로만 접근할 일도 아니다.

미국 부자들의 이런 속성은 뉴욕을 근·현대 미술의 근거지로 만든 업적을 이루기도 했다.

뉴욕 근·현대미술관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는 피카소,브라크,세잔,몬드리안 등 20세기 초 초현실주의 대표 작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화가 조르지오 디 키리코 등 유럽을 대표하는 표현주의 작가들을 대거 소장하고 있다.

에비 록펠러,메리 퀸 설리반,릴리 블리스 등 대부호의 부인들이 소장하고 있던 컬렉션을 모아 건립한 것이 바로 모마다.

대부호가 유럽 대가의 작품을 대거 사들인 데서 모마가 시작됐고,결국엔 미국미술이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게 한 원동력이 된 것이다.

미술품 컬렉션은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다.

아라리오갤러리 김창일 대표는 지난해 9월 미국 월간지 '아트뉴스'의 세계 미술 컬렉터 200인 안에 들기도 했다.

일반인도 미술품 구매에 열성적이다.

서울옥션 낙찰작 중 1000만원 미만이 차지한 비중이 2001년 55%에서 2005년에는 71%로 뛰어올랐다는 사실은 미술품 컬렉션이 대중화됐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트사이드 장샤오강전과 인사아트센터 박항률전 전시작들이 매진돼 화랑가에 회자된 것이 최근의 일이다.

기업은 기업 나름대로 미술품을 통해 문화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이 계속된다면 누가 알랴.한국 미술품 시장이 커지고 더 비싼 작품이 거래되며 좋은 작품이 많이 모아져 한국의 어느 도시가 세계적인 예술 도시로 거듭날지.그때쯤이면 한국 미술계의 목소리도 커지겠지.물론 미술품이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말이다.

표화랑 표미선 대표 pyogallery@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