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뉴서울CC는 지난 11일에 이어 18일과 19일에도 76팀의 예약이 다 찼다.

작년 1월의 평일 평균 예약은 30팀에 그쳤었다.

김흥길 경기팀장은 한겨울 평일에 풀 부킹된 것은 개장 이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겨울 추위의 절대량은 같고,도시가스 판매 총량도 달라지지 않는다.'

김기만 한국가스공사 수급팀장은 입사 이후 갖고 있던 이 같은 상식이 올해 완전히 깨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작년 12월1일부터 올 1월15일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이 0.9도로 과거 30년 평균보다 1.4도 높아진 탓에 도시가스 판매량이 크게 줄고 있어서다.


가스공사의 12월 판매량은 200만2223t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6% 감소했다.

1월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아 전년 동기보다 20만t 정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재고율이 한때 30%대까지 내려가 '비상'이 걸렸지만 올해는 재고율이 80%에 이를 정도다.

주부 김세나씨(42·구리시)는 자주 찾는 할인점이나 인근 농수산시장,그리고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서 이상고온을 실감한다.

겨울엔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활오징어가 나와 있는가 하면 대파와 같은 채소값은 따뜻한 남부지방에서 출하량이 늘면서 지난해보다 30%나 싸졌다.

동해에서 5월부터 잡히는 오징어가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이달에도 올라오는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58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씨 집 난방비는 지난달 20% 감소했다.

이상고온은 개인 생활은 물론 경제 전반에 큰 변화를 가져다 주고 있다.

미국 북동부와 북유럽에선 한겨울에도 여름 패션이 등장하고 남부 유럽에선 북유럽 관광객이 줄어 울상이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소위 '관광'으로 먹고사는 국가에선 관광객 감소에 따른 성장률 둔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남부에서 자라던 식물이 북부로 퍼지면서 식목지도가 달라지는가 하면 북극 빙하판이 녹으면서 그린란드 지도도 달라지고 있다.

과채류 생산지가 북상하면서 강원도 영월에서도 당도가 높은 사과가 재배되는가 하면 경남 거제와 전남 나주산 한라봉도 매장을 채우고 있다.

레저 활동에도 변화의 조짐이 엿보인다.


수도권에 문을 연 골프장들엔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주말의 경우 지난해보다 예약이 10% 정도 늘었다.

이상고온의 여파는 기업경영 환경까지도 뒤바꿔 놓고 있다.

난방유 재고 증가로 유가가 떨어지면서 대한항공 등 일부 기업들은 경영목표를 수정해야 할지 '고민'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연간 항공유 소비량은 2700만배럴로 배럴당 1달러가 내리면 연간 270억원 정도 비용이 줄게 된다.

사업계획상의 유가 기준인 배럴당 67달러보다 10달러 낮은 57달러로 유지되기만 해도 대한항공은 지난해보다 27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의류업체들의 해외공장도 이상고온의 영향권에 들었다.

동남아에 공장을 두고 있는 H사 관계자는 "내년에도 따뜻한 겨울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 발주 회사들이 주문 횟수를 절반으로 줄였다"면서 "겨울 의류 생산을 줄이는 대신 여름철 의류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정예모 삼성지구환경연구소 수석연구원은 "400여개의 날씨 정보사업자가 활동하는 미국의 관련시장 규모만 연간 1조원에 이르는 반면 국내 관련 시장규모는 150억원에 불과하다"면서 "기업들도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주용석·류시훈·장성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