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정치에 휘둘리는 과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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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선 월급값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1·11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고 난 뒤 사석에서 만난 재정경제부 한 간부의 말이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2년 후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 들어 부동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누차 얘기해도 정치하는 분들이 귀담아 듣질 않습니다.
나중에 잘못 될까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과천 공무원들 사이에 무기력감이 빚은 자괴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정책에 관한한 관료 엘리트의 소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마련해도 여당에서 통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재경부와 건설교통부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 문제와 관련,"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키로 한 마당에 원가공개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수차례 여당에 진언했다.
그러나 여당은 옹고집으로 정부를 압박,결국 원가공개를 '1·11대책'에 끼워넣는데 성공(?)했다.
여당은 당장 연말 대통령선거를 치를 마당에 1~2년 후는 나중 문제라는 인식이다.
정부를 몰아붙이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정부 얘기를 일축하고 토지임대부 방식의 반값아파트 시범실시를 관철시켰다.
경제부처는 정치권과의 줄다리기가 예정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이자제한법 부활 문제에 대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어렵게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수용을 거부한 여당은 이달 중 정책의총을 열어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원만하게 처리될지 의문이다.
이자제한법도 정치권이 이자율 상한선을 66%에서 40%나 25%로 낮춰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재경부는 마지못해 토론에 참여키로 했다.
경제는 흐름이다.
선순환구조가 한번 흐트러지면 회복하는데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외환위기를 통해 이를 경험했다.
정치권이 선심성 정책으로 시장원칙을 흔들어 위기가 닥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
'1·11 부동산대책'이 발표되고 난 뒤 사석에서 만난 재정경제부 한 간부의 말이다.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만 하더라도 그렇습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1~2년 후 민간 건설사의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 들어 부동산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누차 얘기해도 정치하는 분들이 귀담아 듣질 않습니다.
나중에 잘못 될까 불안해서 잠이 오지 않습니다."
과천 공무원들 사이에 무기력감이 빚은 자괴감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경제 정책에 관한한 관료 엘리트의 소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원리에 입각한 정책을 마련해도 여당에서 통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재경부와 건설교통부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상한제 및 원가공개 문제와 관련,"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키로 한 마당에 원가공개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규제이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수차례 여당에 진언했다.
그러나 여당은 옹고집으로 정부를 압박,결국 원가공개를 '1·11대책'에 끼워넣는데 성공(?)했다.
여당은 당장 연말 대통령선거를 치를 마당에 1~2년 후는 나중 문제라는 인식이다.
정부를 몰아붙이기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재정부담을 이유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정부 얘기를 일축하고 토지임대부 방식의 반값아파트 시범실시를 관철시켰다.
경제부처는 정치권과의 줄다리기가 예정돼 있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나 이자제한법 부활 문제에 대해서도 걱정이 태산이다.
어렵게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수용을 거부한 여당은 이달 중 정책의총을 열어 당론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원만하게 처리될지 의문이다.
이자제한법도 정치권이 이자율 상한선을 66%에서 40%나 25%로 낮춰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재경부는 마지못해 토론에 참여키로 했다.
경제는 흐름이다.
선순환구조가 한번 흐트러지면 회복하는데 1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도 있다.
한국은 이미 외환위기를 통해 이를 경험했다.
정치권이 선심성 정책으로 시장원칙을 흔들어 위기가 닥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준동 경제부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