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효자품목인 휴대폰이 왜 이러는가.

한국산 휴대폰은 2002년까지만 해도 잘나갔다.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방식을 채택한 국가에서는 내놓기만 하면 곧장 팔려나갔다.

중국에서는 한국산을 구하지 못해 안달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2003년으로 접어들면서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중국 업체들이 앞다퉈 휴대폰 사업에 뛰어들면서 한국 업체들에 제동이 걸렸다.

CDMA폰 시장에서는 출혈경쟁이 벌어졌다.

CDMA보다 시장이 큰 유럽방식(GSM) 휴대폰으로 방향을 튼 삼성전자는 두 자릿수 이익률을 이어갔지만 다소 늦었던 LG전자는 비틀거렸고 중국과 CDMA 시장에 주력하던 중견·중소 업체들은 하나둘 쓰러졌다.

근본원인은 제품 경쟁력 약화에 있다.

시장이'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가격과 품질에서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원화강세,고유가 등 외부 요인도 나빴지만 모토로라의 '레이저',소니에릭슨의 '사이버샷폰''워크맨폰'의 약진은 히트 제품만 있으면 지속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휴대폰 사업이 예전처럼 고속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빅히트모델'을 내놓거나 기술적으로 한참 앞서나가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뒤지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휴대폰 부문 최고경영자를 교체하고 다시 뛰어보겠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두 회사는 올해 몸집 불리기와 수익성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양사 모두 그동안 고집해오던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다소 수정,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중저가 신흥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신흥시장에서도 초콜릿폰과 같은 스타폰을 출시해 유럽의 고가 프리미엄폰 오픈마켓에서의 성공을 신흥 중저가폰 오픈마켓으로 확산시킬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최지성 사장이 "수요가 있는 곳에는 물건을 판다"는 신념을 가지고 시장점유율 확대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