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 협상을 앞두고 국회에 비공개로 낸 보고서가 외부로 유출돼 논란이 예상된다.

이 보고서는 무역구제(반덤핑) 등에 대한 전략 등 한국의 협상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협상단에 비상이 걸렸다.

협상 시한을 두 달여 앞둔 가운데 협상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할 상황이다.

김종훈 한·미 FTA 한국 수석대표는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고위급 협의 주요 결과 및 주요 쟁점 협상 방향' 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된데 대해 "국회에 유감을 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18일자 한겨레신문과 인터넷매체인 프레시안은 지난 7~8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SUTR) 부대표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던 고위급 회담 결과 보고서를 근거로 "한국 협상단이 무역구제(반덤핑)를 협상카드로 쓸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고서는 지난 13일 국회 한·미FTA 특위에 제시됐던 자료로,무역구제 등 한국 요구에 대한 미국의 반응과 대응전략 등 협상 전략이 상당부분 담겨있다.

한국 협상단은 대혼란에 빠졌다.

그동안 '무역구제를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강경 자세를 취하며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 왔는데 '이를 협상카드로 쓸 수 있다'는 내용이 공개되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식재산권,금융 등 각 분과에서 양보를 고려하고 있는 조항도 모두 공개돼 전 분야에서 협상력이 크게 저하됐다.

김 대표는 "웬디 커틀러 대표가 아침에 '꼼꼼히 잘 봤다'고 얘기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협상단 관계자는 "이 문서는 국회 한·미 FTA 특위 위원에게만 비공개로 보고한 비밀문서로 특위에 참가한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복사해 FTA를 반대해온 두 곳의 매체에만 흘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위 의원들은 지난해 6월30일 특위를 구성하면서 '비밀유지서약'을 했고 이에 따라 정부는 모든 협상내용과 전략을 비공개로 이들에게 보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FTA 반대를 부르짖으며 신라호텔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민노당 심상정 의원은 "이렇게 비공개 문서로 전략까지 언론에 흘러나온 마당에 협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한·미 FTA 특위 관계자는 "오는 26일 예정된 회의에서 자료유출 경위 등에 대해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