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휴대폰의 성공 비결은 재고 관리였다.

선발 업체들이 신제품을 개발해 놓고도 창고에 쌓여 있는 물량이 많아 출시를 못하는 사이 삼성은 업그레이드 된 제품을 발빠르게 내놓곤 했다.

항공기로 실어 나르는 D램과 휴대폰의 평균 재고 일수는 길어야 이틀.그 시간이면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건이 공항을 거쳐 전 세계 대리점에 숨가쁘게 도착한다.

2주일에 한 번꼴로 새 모델을 쏟아내는 삼성전자 '재고 제로화'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공급관리 시스템 개발의 주역이 바로 윤종용 부회장이다.

외환위기 시절 창고를 가득 채운 TV를 본 뒤 공장 가동을 한 달 넘게 중지시켰다.

그런데 판매 담당자의 말은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게 아닌가.

앞뒤가 맞지 않았다.

당장 혁신의 칼날을 들이댔다.

먼저 재고 관리를 잘한다는 미국의 델에 조사단을 파견했다.

하지만 유통 채널이 단순했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을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삼성SDS 엔지니어를 불러 개발을 명령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국내외 공급 관리망인 SCM과 ERP 시스템이다.

'CEO 윤종용'(홍하상 지음,위즈덤하우스)은 거함 '삼성전자호'를 이끄는 그의 열정과 비전을 담고 있다.

D램,LCD,휴대전화,가전에서 어떻게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었는지,삼성전자가 디지털 혁명을 선도하고 유비쿼터스 시대에도 주목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와 글로벌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특히 세계 최고경영인 17인 중 한 명(비즈니스 위크),영향력이 큰 아시아 기업인 1위(포천)로 선정될 정도로 강력한 결단력과 추진력,시대를 읽는 힘을 구체적으로 살피고 있다.

1966년 삼성과의 첫 만남을 시작으로 흑백 컬러TV VCR를 만들어 내고 과감한 사업구조 혁신으로 오늘날 디지털 컨버전스의 '신화'를 쓰기까지의 과정이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그의 철학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웬만한 대기업 총수를 뛰어넘는 브랜드 가치를 지닌 인물.월급만 5억원 이상으로 대한민국에서 최고 성공한 샐러리맨.국내 최장수 사장.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그에 대한 수식어는 끝이 없다.

236쪽,1만1000원.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