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에서도 술을 강권하는 사람은 주위 눈치를 살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피해갈 수 없는 술자리는 종종 있는 법.지난해 말 각종 망년회 자리에 시달린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은 숙취해소 음료에 의지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숙취해소 음료 시장은 CJ의 '컨디션',동아제약의 '모닝케어',그래미의 '여명808' 세 제품이 경쟁하는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컨디션이 15년째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여명808 모닝케어 등 후발 주자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컨디션, 인지도 높고 값 싸
쌀눈 발효 추출물인 글루메이트를 주 성분으로 한 컨디션은 숙취해소 음료의 원조다.
1992년 출시된 이후 15년간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지난해 매출은 490억원으로 여명808(290억원)과 모닝케어(140억원)를 압도했다.
컨디션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 파워다.
한국경제신문이 포털사이트 다음을 통해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1048명)의 57.0%가 숙취해소제 하면 컨디션을 떠올린다고 답했다.
화양종로약국 김호장 약사는 "컨디션이 등장한 이후 숙취해소 음료에 대한 저변이 상당히 확대됐다"며 "아직도 컨디션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브랜드 파워 외에 가격이 2000원으로 여명808·모닝케어(각각 4000원)의 절반밖에 안 된다는 점도 컨디션의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숙취해소 효과 면에서는 경쟁제품보다 두드러지게 뛰어나지는 않다는 지적도 있다.
2004년 황기 자리 등 천연식물에서 추출한 숙취감소활성인자(ADH)를 보강한 '컨디션 ADH'를 새롭게 내놓은 것도 이런 평가를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명808, 한방재료 효과 탁월
여명808은 오리나무 추출액 등 한방 재료를 주 성분으로 하고 있다는 게 다른 제품과의 차이점이다.
제품 출시 초기에도 '숙취해소용 천연차'라는 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그래미는 여명808 제조 기술로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만든 제품이라 컨디션이나 모닝케어 등에 비해 브랜드 파워에서 뒤진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여명808을 꼽은 네티즌은 전체의 12.3%로 가장 적었다.
한약처럼 쓴 맛이 강해 젊은 여성들에게 인기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30대 후반 이상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숙취해소 효과 면에서는 여명808이 가장 낫다"는 입소문이 번지면서 꾸준히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김 약사는 "여명808은 다른 제품에 비해 마니아층이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모닝케어, 맛 좋고 肝 보호도
제약업계 1위인 동아제약이 '박카스 신화'를 이어가기 위해 2005년 말 내놓은 모닝케어는 발매 1년 만에 판매 500만병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숙취 해소 주 성분으로 글루메이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컨디션과 비슷하다.
그러나 밀크시슬이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첨가,숙취 해소뿐 아니라 간을 보호하는 효과까지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매일건강한약국의 이경임 약사는 "밀크시슬은 중독성 지방간 치료 약품에 쓰일 정도로 간 보호 효과를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가 출시 3년차밖에 안 되는 점에 비춰보면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이번 설문에서 전체의 30.7%가 모닝케어를 숙취해소 음료의 대명사로 선택했다.
자일리톨과 벌꿀 등을 첨가해 경쟁 제품보다 맛과 향이 좋은 점도 장점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