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폭탄세일~ 예쁜 별 쿠키가 두 봉지에 500원."

지난 18일 오전 어린이 쿠킹경제교실이 열린 서울시 마포구 여성자원금고 경제교육센터 2층. 고소한 버터쿠키 냄새로 가득한 강의실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떡볶이,핫케이크,프렌치토스트 등 각 참가팀들이 만든 요리를 사고 팔아 누가 가장 많은 이익을 남기는지를 겨루는 한판 승부가 시작된 것. 재료구입비,월급,조리기구 임대료 등이 적힌 회계장부를 뒤적이며 원가계산과 가격결정을 마친 아이들은 요란한 판촉경쟁으로 야단법석이다.

20분간의 판매시간이 끝나고 '뻐꾸기'팀이 우승팀으로 결정되자 아이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뻐꾸기 팀은 막판 1분을 남겨놓고 손톱만한 별모양 버터쿠키를 두봉지에 500원씩 팔아치우는 '반값세일'로 1만7100원의 순익을 내 최고점수를 받았다.

경제교실 강사 남효진씨(28)는 "사업자 등록이나 주식회사 만들기 과정에서는 CEO로,다른 팀 요리를 사먹을 때는 소비자가 되면서 경영과 소비의 개념을 어렴풋이 배우게 된다"며 "집중도가 높다보니 원가,마진율 등 딱딱한 개념도 쉽게 이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학을 맞아 지자체가 개설한 어린이경제강좌가 인기를 얻고 있다. 딱딱한 내용을 요리와 게임퀴즈 등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게 한 데다,조기경제교육 붐이 맞물린 덕이다.

마포구의 '쿠킹경제교실'은 빙고게임과 골든벨 퀴즈,경매체험,요리 등 놀이에 경제교육을 가미한 게 특징. 마포구민 대상인데도 멀리 강동구 등에서 원정수강생까지 몰리고 있다.

아이들은 경영자로서 '쓴맛'도 보곤 한다. 순익경쟁 때문에 직원 월급을 안줬다간 가상 노동부에 신고돼 가상 경찰서에 출두해야 한다. 쿠키회사 경매에 과잉투자를 하는 바람에 포스터 제작비를 삭감하는 등 긴축경영을 했음에도 손해를 봐 '시장원리의 냉혹함'에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강남구 역시 재미와 실용을 접목한 청소년 경제교육 프로그램을 제공,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8~19일 이틀간 한국은행 전문강사를 초청,용돈관리법과 합리적 금융생활 등 특강을 마련한 데 이어 다음 달 10일에는 청소년 수련관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뭐니뭐니 경제' 행사를 연다. 가족 장보기 대회,알뜰장터 등을 개최해 가장 창의적 방식으로 이익을 낸 가족을 뽑아 포상도 할 계획이다.

강서구도 매주 수요일 금감원 전문가를 초빙해 올바른 돈 사용,금융기관 활용법은 물론 무역,외환관리 등 다소 딱딱한 주제까지 소화하고 있는데도 참여열기가 뜨겁다.

김근화 여성자원센터 이사장은 "경제관련 논술시험이 많이 출제되고,부에 대한 관리능력을 일찍 길러줘야 한다는 욕구가 강해서 그런지 조기경제교육에 학부모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이호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