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저녁 8시 서울 봉천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스시''우동'이란 글귀가 적힌 전통 일본식 등(燈)을 양쪽으로 밝힌 1t짜리 소형 트럭 주변으로 삼삼오오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스시야'라는 세련된 디자인의 간판까지 내건 트럭 안에서는 호텔 요리사처럼 깔끔한 복장을 한 요리사 두 명이 쏟아지는 주문을 받으며 빠른 손놀림으로 초밥 쌀알을 다졌다.

"캘리포니아 롤 두 개랑,모둠초밥 하나 주세요."(손님) "예,좋아하시는 초밥 있으면 말씀하세요. 좀 더 드릴게요."(주인) "싸 갈 수 있죠?"(손님) "물론이죠. 미소(일본식 된장) 국물도 넣어 드리지요."(주인)

이 손님이 주문한 메뉴의 음식값은 총 1만2000원.일반 초밥집에서 파는 캘리포니아 롤(1인분에 1만원대)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다.

이 이동식 점포는 불황 속 지갑 얇은 대학생뿐 아니라 직장인,동네 주민들까지 끌어 모으며 하루 평균 4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점포의 탈바꿈이 한창이다.

표준화한 메뉴와 식자재 공급,조리 방식 제공 등을 통해 점포를 네트워크하는 프랜차이즈 업체가 속속 등장하면서 기존 '포장마차'의 개념을 뒤바꾸고 있는 것.

1t 안팎의 소형 트럭 뒷공간을 이용,커피나 우동 등을 주로 팔던 차량 이동식 점포가 생선회와 초밥을 파는 시푸드형 이동 레스토랑 등으로 다양해졌다.

어린이들만을 상대로 한 50인승 이동식 미니 시어터 버스도 등장했다.

고객은 차별화한 서비스를 받아 좋고,창업 희망자는 3000만∼4000만원 정도의 소자본으로 '내 점포'를 낼 수 있어 이동식 점포의 인기는 날로 치솟는 중이다.

그러나 이동식 점포를 규제하는 법규상의 '벽'이 여전하다는 게 사업 확장의 걸림돌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차량식 이동 점포가 단속 대상이기 때문.

사업자 등록은 가능하지만 차량을 이용한 노점 판매 자체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단속에 걸리면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관할 행정기관이나 상인연합회 등이 지정한 곳에서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동식 점포 사업에 뛰어드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늘어나면서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졌다.

이동식 점포 프랜차이즈 회사 '두리원'은 작년 10월부터 기존 분식과 함께 초밥,롤 등을 함께 취급하기 시작했다.

31개의 이동식 점포 중 4개 차량이 서울시내를 중심으로 초밥과 롤을 팔고 있다.

지난 18일 저녁 서울 서교동 홍익대 정문 앞 도로변에 있는 이동식 점포.늦은 시간임에도 대여섯 명이 둘러 서 음식 포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 평균 열 접시 이상 팔리는 캘리포니아 롤(1인분 3500원)은 이곳의 인기 메뉴다.

◆하루 매출 30만원 안팎 '수익 짭짤'

7년 경력의 일식 주방장 출신 최우영 이동식 점포 운영자는 "값이 쌀 뿐만 아니라 매일 새벽 수산시장 등을 돌며 사온 신선한 수산물로 만드는 음식이라 맛도 웬만한 일반 식당보다 신선하다"며 "모둠초밥(6가지) 한 접시는 5000∼7000원으로 일식점에서 파는 것보다 30%가량 싸다"고 말했다.

이 이동식 점포는 단골손님이 늘면서 하루 평균 25만∼30만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건물에 입점하지 않아 임대료를 낼 필요가 없고,찬 음식에 속하는 초밥으로 겨울장사가 이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는 게 최씨의 말이다.

활어회 이동 점포 프랜차이즈도 인기다.

현재 서울에만 세 곳을 운영 중인 이동 회센터 '바다를 그대 품안에'의 1t 트럭 뒤칸에는 수조가 얹혀 있다.

흔들려도 깨지지 않는 아크릴로 만든 T자형 수조에 폐수 처리장치,자외선 소독기,냉각기,발전기까지 갖춰져 있어 마치 작은 횟집에 온 느낌을 준다.

인천 연안부두와 하남시 해산물도매센터를 통해 들여온 하루 분량만큼의 싱싱한 광어,우럭 등 활어를 갖고 회를 떠 준다.

모둠회(3만원),광어(1인분,8000원),우럭·전복(1만5000원) 등 일반 일식점보다 싼 가격을 무기로 고객의 발길을 잡고 있는 것.이들 프랜차이즈형 이동점포는 본사로부터 로고가 새겨진 개조 차량을 제공받고, 영업지역 선정과 관할구청 신고 대행 등의 업무편의를 제공받는 대신 일정한 가입비를 본사에 내는 방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본사에서 개조차량 제공ㆍ입지 선정 등 사업 지원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한 전용 영화 차량도 등장했다.

'키즈 씨어터(kids theater)'는 5t 규모의 차에 5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영화관 버스다.

버스 안에 3D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아이들이 입체적으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인체의 신비,우주의 비밀 등과 같은 교육 영화와 최신 만화를 주로 상영한다.

유치원이나 학교·종교단체 등을 방문,인기를 끌고 있다.

노재란 키즈 씨어터 관리실장은 "아이의 생일파티를 위한 학부모들 문의가 최근 부쩍 늘고 있다"며 "영화뿐 아니라 레크리에이션 강사가 행사도 진행해 이용료는 20만∼80만원까지 다양하다"고 말했다.

아기 백일사진이나 돌사진을 전문적으로 찍어 주는 버스도 있다.

'찾아가는 스튜디오'는 현재 국내 22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차 안은 사진찍기를 싫어하는 어린 아기들을 위해 아이들 놀이기구와 꽃으로 꾸민 아담한 정원 등이 만들어져 있다.

박왕기 찾아가는 스튜디오 대표는 "앨범 크기와 사진 수 등에 따라 이용 가격은 16만∼25만원 선"이라며 "일반 사진관보다 20만원가량 싸 하루 평균 10건 정도의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