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화제다.

비단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이어서가 아니다.

의회가 열리자마자 '최저임금 인상''줄기세포 연구지원''정유업체 특혜 철폐'등 민주당이 주장해온 법안을 일사천리로 처리해 만만치 않은 추진력을 보여주고 있어서만도 아니다.

그녀의 뛰어난 패션 감각이 많은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올해 66세에 손자 6명을 둔 할머니다.

그런데도 옷차림은 어둡고 칙칙한 워싱턴 정가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화려하면서도 단아하다.

매일 옷을 바꿔 입지만 위화감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어떤 때는 붉은색 상하의에 붉은색 숄을 걸치고 나서는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하지만 너무 튄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뉴욕의 패션가에 '펠로시 패션'이란 용어가 새로 생겨날 정도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 9일엔 완벽한 검정색과 흰색의 트쉬드 스커트를 입었다.

다음 날인 10일엔 화려한 붉은색 숄을 선보였다.

11일엔 진한 파랑색 계통의 최신 벨벳 옷을 입고 나왔다.

이렇듯 매일 워싱턴정가와는 색다른 옷차림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녀를 비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오히려 찬양여론이 많다.

패션계에서는 "펠로시 의장이 탁월한 색상 선택 능력에다 비싸지 않은 보석을 갖고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지녔으며 다양한 의상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특히 그리 부자가 아닌 여성도 흉내낼 수 있는 의상을 선보이는 것도 높이 평가된다.

그녀가 즐겨하는 타히티보석 액세서리는 벌써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을 정도다.

패션 잡지인 타운앤드컨트리의 편집장인 파멜라 피오리는 "상당수 사람들의 경우 옷이 사람을 입지만 펠로시 의장은 사람이 옷을 입는다"고 평가했다.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워싱턴 정가의 옷차림은 엄숙함이 주류를 이뤘다.

남성은 진한 정장을,여성은 튀지 않는 색상의 옷을 입는 게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이 다양한 옷차림을 선보임으로써 이 같은 불문율도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 부인일 때의 클린턴 힐러리 상원의원의 패션에 대해,또 콘돌라스 라이스 국무장관의 옷차림에 대해 비난을 퍼붓던 언론들도 펠로시 의장에 대해서만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래저래 펠로시 의장은 현 의회의 '리더'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