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유동성이 인플레이션의 유용한 선행 지표임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시중 유동성 상황을 적극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과잉 통화량 증가율(excess money growth)은 외환위기 이전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력이 매우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단기(1분기)뿐 아니라 중기적(1년 또는 2년)인 선행성도 매우 높게 나타났다.

김현의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통화연구실장은 "과잉 통화량 증가율과 통화 유통 속도(velocity growth)를 동시에 고려해 수정된 필립스커브 모형을 이용한 결과 2년 이내 인플레이션을 매우 잘 예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예측력은 단순한 통화량 증가율(money growth)보다 과잉 통화량 증가율이 더 탁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통상 저인플레이션 시대에 접어들면서 통화량과 물가의 연관성이 떨어졌다는 일반적인 상식을 뒤집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1월 적정 수준을 초과하는 단기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며 16년 만에 지급준비율을 인상한 것도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외환위기 이후인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 등에 따라 통화량 목표제에서 물가 목표제로 이행했고 2003년부터는 통화량 지표를 감시 지표에서도 제외해 완전한 물가 목표제로 전환했다.

김 실장은 그러나 "잠재성장률 수준을 초과하는 통화량이 2년 이내 인플레이션에 대한 예측력이 높기 때문에 정보 변수로서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지 콜금리 목표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