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정치적 이슈가 아닌 범국가 차원의 아젠다다','혁신은 경쟁력 강화와 대한민국 생존의 필수 요건이다','정부는 가도 혁신은 남는다'….지난달 행정자치부 사령탑에 오르며 참여정부의 혁신 '마무리 투수' 역할을 부여받은 박명재 장관.그는 불예측성,스피드,무한경쟁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세계화 시대에서 개인이건 기업이건 정부건 혁신은 선택사항일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박 장관은 지난달 행자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취임식에서도 "이제 살아남기 위해 '혁신(革新)'을 넘어 뼈를 깎는 '골신(骨新)'에 나서야 한다"고 일갈했다.

2003년부터 3년간의 중앙공무원교육원장 시절 공무원교육원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 놓은 박 장관.공무원연금 개혁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그를 최근 정부종합청사 장관실에서 만났다.

박 장관은 "혁신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캐나다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범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적인 흐름"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혁신은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제 혁신을 민간 등 사회 전 부문으로 확산시켜 국가적 아젠다로 만들 시점"이라며 "한국경제신문이 오는 2월6일부터 이틀간 개최하는 '대한민국 혁신포럼 2007'은 정부혁신을 국가 혁신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참여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정부혁신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습니다.

그리고 행자부가 혁신 실무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혁신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무엇일까요.


"정부혁신은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갖는 국가로 나아가기 위해 기반을 닦는 일입니다.

비유하자면 고속철도(KTX)가 달릴 수 있도록 레일을 까는 작업이 바로 혁신입니다.

현재 정부가 당면한 혁신은 과거 아날로그 시대의 행정 패러다임을 지식정보화시대에 적합하도록 업그레이드하는 것입니다."

-과거 대부분의 정부가 혁신을 주장해 왔습니다.

때문에 참여정부의 혁신도 별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지금까지는 정부혁신이라고 하면 정부 기구와 정원의 축소가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문민정부가 그랬고 국민의 정부도 그랬습니다.

말하자면 체중감량이었죠.그러나 일시적으로 줄어든 체중은 '요요현상'으로 다시 불어나곤 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혁신은 정부조직을 일시적으로 통폐합하는 게 아니라 행정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일하는 방법,절차,내용,행태,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거죠."

-그러나 혁신 성과에 대해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지수는 낮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참여정부의 혁신은 포괄적이고 시스템을 고치는 방식이어서 국민들이 체감하기에 다소 시간이 걸립니다.

특히 정부의 내부 시스템을 먼저 고치는 방법을 택해 혁신 성과가 국민들에게 뒤늦게 전달된 게 사실입니다.

또 참여정부에 대한 정치적 평가와 정부혁신 작업에 대한 평가가 '오버랩'되면서 참여정부에 대한 낮은 지지도가 혁신 성과에 대한 평가절하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평가방법의 문제도 있습니다.

가령 관세행정 부문에서 이뤄진 혁신의 성과는 이 문제와 관련이 있는 사람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관세행정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한테 '관세행정이 개선됐다고 보느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제대로된 평가가 나오기 힘듭니다."

-지난 4년간의 혁신 성과를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성과관리시스템이라든지 온-나라 업무관리시스템 등은 행정 시스템을 크게 바꿔 놓았습니다.

체질이 바뀐 셈이지요.

행정의 효율이 높아지면서 성과가 국민들에게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얼마전 개통한 지방행정종합정보시스템을 들수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이 인터넷에서 247개 항목에 걸친 지방정부의 모든 살림살이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게 했습니다.

자치단체장의 판공비는 물론 1인당 공무원 수,징계현황 등이 모두 포함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해 세금 관련업무를 모두 해결하고 주민등록등초본 등 각종 행정서류를 발급받는 것은 물론 건당 수출입 통관시간을 종전 9.6일에서 4.5일로 단축해 연간 2조2000억원대의 물류비를 절감시킨 것도 혁신의 성과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혁신을 워낙 강하게 주장해서 혁신을 참여정부만의 아젠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프랑스 속담에 '왕은 가도 행정은 남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왕이 바뀌어도 행정은 항구성과 연속성을 유지한다는 뜻이죠.저는 이 속담을 '정부는 바뀌어도 혁신은 남는다'로 바꿔 말하곤 합니다.

혁신은 정부가 있는 한 계속돼야 합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보다 나은 성과를 창출하고 국민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정부 주도의 혁신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오늘날 혁신을 하는 가장 큰 목적은 생존입니다.

혁신은 굳이 남보다 더 앞서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생존의 전제조건이 됐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기업과 개인도 다르지 않습니다.

고객이 외면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고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개인도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참여 정부가 시작한 정부혁신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이미 어느 정도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한국경제신문 주도로 '대한민국 혁신포럼'이 만들어 진 것만 해도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포럼이 혁신을 기업과 사회 전반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올해로 2회째를 맞는 '대한민국 혁신포럼'에 거는 기대가 있다면.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공공과 민간이 각각 추진하고 있는 혁신을 서로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국가혁신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앞으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추진 중인 혁신지도자 회의와도 연계되는 국제행사로 발전시켰으면 합니다."

-혁신을 보다 확산시키기 위한 별도의 대책도 필요할 것 같은데요.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국가혁신재단'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립적인 입장에서 미래 전략도 연구하고,사회 전반의 비능률적 요소도 찾아내고,혁신 아젠다도 설정하고 해야 합니다.

미국 등에서도 이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단체가 있습니다."

-올해는 참여정부의 혁신 작업을 마무리하는 해입니다.

앞으로 어떤 과제들에 역점을 둘 계획인가요.

"지금까지의 정부혁신 작업을 보다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리해 부작용이 많거나 비효율적인 혁신 작업은 개선하고 보완해 나갈 계획입니다.

또 혁신의 성과에 대해서는 국제적인 인증과 평가를 받도록 추진하고 동시에 국제포럼 등을 통해 널리 홍보하는 작업도 펼칠 생각입니다."

글=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

사진=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