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빨리 철새를 떠나 보내고 싶은 심정입니다"

20일 천안시 풍세면 용정리 한 양계농장에서 발병한 고병원성 AI가 철새에 의해 감염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충남도 방역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AI의 매개체가 철새인 것으로 드러나면 아무리 방역을 철저히 한다 하더라도 AI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은 철새의 활동이 연중 가장 왕성한 겨울의 한복판이어서 방역당국 직원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이번에 AI가 발병한 마을은 2003년 말과 2004년 초 사이에도 고병원성 AI가 발병해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곳으로, 그동안 관할 자치단체와 지역주민들은 AI의 재발을 막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 실천해 왔다.

충남도와 천안시는 이 마을에 AI가 처음 발병했던 2003년 12월 말 마을 전체를 'AI 발병 집중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철새가 날아드는 것을 막기 위해 수억원을 들여 농장마다 그물망을 설치했다.

마을주민들도 '공동소독시설'을 구입하고 조를 짜 양계농장과 오리농장, 양돈장 등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소독활동을 벌여 왔다.

특히 지난달 21일 마을에서 북쪽으로 8㎞ 가량 떨어진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한 오리농장에서 고원병성 AI가 발병한 이후 마을주민들은 방역횟수를 배 이상 늘리는 등 AI 바이러스 침입을 막기 위한 방역의지가 대단했다고 도는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서 불구하고 이 마을에서 철새가 매개체인 것으로 추정되는 AI가 또 다시 발병하자 방역당국은 허탈해 하면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임승범(46) 도 축산과 가축방역담당 직원은 "그동안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였고, 한동안 아무런 징후가 없었던 마을에 또 다시 AI가 발병해 답답하기 그지 없다"며 "허를 찔린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가금류 농장에 대한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 현재의 방역체계를 전면 손질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박윤근 도 농림수산국장은 "AI의 매개체가 철새로 드러날 경우 획기적인 방역대책이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며 "내일 도청에서 도내 축산 전문가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AI 긴급방역 대책회의'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집중 논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sw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