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ㆍ기능 성공적..비싼 가격.시장견제로 `험로' 예고

MP3플레이어 `아이팟(iPod)' 신화를 창조한 애플(Apple)이 그동안 소문만 무성한 채 베일에 가려졌던 첫 휴대전화 `아이폰(iPhone)'을 공개하면서 이 제품이 과연 휴대전화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 `맥월드 콘퍼런스'에서 맥(Mac)컴퓨터와 아이팟의 핵심기술을 결합해 제작한 아이폰을 선보여 일단 디자인 측면이나 기능면에서 이용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혁신적인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아이폰은 Mac OS X를 기반으로 아이팟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구성됐지만 음악 재생, 전화, 문자 메시지, 전자 메일, 웹 검색, 사진 촬영 등과 같은 기능이 장착돼 있고 얼굴 접촉 등을 인식하는 3가지 센서기능을 통해 단말기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제품은 특히 두께 11.6mm로 모토로라의 `Q'나 삼성전자의 `블랙잭'보다 더 얇고 1인치 당 160 픽셀을 실현한 터치식 와이드 스크린, 200만 화소 카메라, 와이파이(Wi-Fi) 기능 등을 장착하고 있으며 자동으로 와이파이에서 휴대전화 네트워크로 전환할 수도 있다.

또한 애플의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Safari)'를 통해 구글과 야후의 검색기능을 탑재했고, 글맵 기능을 지원해 이용자들이 원하는 곳을 찾으면 전화번호까지 함께 검색돼 자동으로 주소록에 저장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음성 메시지 재생 방식을 고려해 이용자가 먼저 듣고 싶은 음성 메시지를 메시지가 저장된 순서와 상관없이 재생시킬 수 있도록 한 `비주얼 음성 메시지'도 도입했으며 2개 이상의 포인트를 동시에 터치할 수 있는 멀티 터치 방식을 통해 손가락으로 화면의 방향을 가로, 세로로 바꿀 수 있다.

아이폰은 오는 6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인 싱귤러에 독점 공급을 통해 출시될 예정으로, 메모리 용량에 따라 4GB는 499달러, 8GB는 599달러에 책정됐다.

또한 올 하반기에는 유럽시장, 2008년께는 아시아지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튠스(i-Tunes)의 연계를 통해 디지털 음악시장을 석권했지만 아이폰으로 휴대전화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반신반의하고 있다.

우선 휴대전화 시장이 디지털 음악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시장규모를 형성하고 있고 노키아, 모토로라, 삼성전자 등 쟁쟁한 업체들이 버티고 있는 시장환경은 결코 간단치 않다.

아무리 애플의 브랜드 파워와 충성도 높은 고객층, 특유의 혁신적인 UI(사용자 환경)와 디자인 등의 특징이 있더라도 휴대전화 시장과 MP3P 시장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또한 아이폰의 가격이 유사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들에 비해 높은데 대한 우려가 높다.

경쟁 모델인 삼성 스마트폰 `블랙잭'과 모토로라의 `Q'보다 300∼400달러 비싼 가격이다.

초기 구입비용과 2년간의 계약기간동안 이용한 서비스 요금을 합쳐 약 2천500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소비자가 기존 이통사와 위약금을 물면서까지 이를 이용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또 현재 모바일 음악을 비롯한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이통사가 주도하고 있는데다 휴대전화 제조회사들까지 미디어 서비스를 신규 수입원으로 설정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폰이 헤쳐나갈 시장은 결코 `블루 오션'은 아니다.

더구나 최신형 미디어 기반 휴대전화에 걸맞지 않게 2세대 통신방식인 GSM/EDGE, 블루투스 방식을 지원하고 보다 빠른 3세대 방식의 WCDMA/HSDPA는 지원하지 않고 있는 부문도 걸림돌이다.

아울러 휴대전화의 경우 제조업체의 독자적인 유통전략이 가능한 MP3P와 달리 서비스 사업자를 배제한 유통이 쉽지 않은 휴대전화 시장구조도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여기에 시스코시스템즈와의 상표권 분쟁, LG전자 `프라다폰' 표절 의혹 등의 문제도 남아있다.

(서울연합뉴스) 류현성 기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