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자산시장의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고음이 잇다르고 있다.

그 중에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질 수 있다'는 일부 기관이 내놓은 견해가 투자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것 같다.

현재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역(逆)자산계수가 각각 0.03과 0.06,소비의 총수요 항목별 소득(GDP)기여도가 0.5인 점을 감안하면 이 시각대로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동반 하락할 경우 성장률 둔화효과는 1.3%포인트에 달한다.

만약 올해 이런 견해가 현실화될 경우 당초 4∼4.3%로 예상되는 성장률이 2%대로 급락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런 시각이 들어맞기 위해서는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 정도가 심해야 한다.

국제적으로 한 나라의 부동산 거품 정도를 비교하는 가장 보편적인 잣대인 소득대비 부동산 가격비율(PIR)로 보면 우리는 그렇게 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거품이 낀 범위도 제한적이다.

강남 등 일부 지역만 30% 정도 거품이 낀 것으로 나온다.

설령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끼었다 하더라도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단기간에 쉽게 붕괴될 수 있는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우리 인구 구성을 보면 출생률이 가장 높았던 1955년에서 1965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수도권 자가 실수요의 주력계층을 형성하고 있어 이 계층이 물러나는 2015∼2020년까지는 주택수요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이 시각대로 부동산 거품붕괴가 곧바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부동산과 증시 간의 동조화 구조가 형성돼 전이효과(transition effect)가 커야 한다.

최근 들어 미국 등 선진국(일본 제외)의 경우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움직임을 보면 자산시장이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 간의 동조화 현상이 심하다.

반면 우리는 종전만큼 심하지 않지만 여전히 부동산 시장과 증시는 격리돼 이분법 구조(dichotomized structure)를 갖고 있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시장 간의 자금교체 현상이 나타나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면 이탈자금이 증시로 유입된다.

다시 말해 부동산 거품붕괴가 주가 급락으로 이어지는 전이효과가 크지 않음을 시사한다.

현재 국내 증시는 부동산 거품이 붕괴되더라도 주가 급락을 초래할 만큼 거품이 낀 것도 아니다.

주가수익비율(PER)로 볼 때 우리는 11배 내외로 선진국의 17배,경쟁국의 13배에 비해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결국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코스피지수가 1000 밑으로 급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그동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나 소속 리서치 인력들이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예측해 왔던 것을 곰곰이 따져 보면 지난해 연말처럼 주가가 상승할 때에는 '과연 그렇게 될 수 있을까'할 정도로 지나치게 낙관(overshoot)적으로 전망하다가 최근처럼 주가가 고개를 숙이면 마치 순위 경쟁이라 하듯 앞다퉈 비관론(overkill)으로 돌아선다.

이 때문에 자산가격(특히 주가) 사이클이 기초여건에 비해 진폭이 커지고 주기가 짧아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관련사나 리서치 인력들에게는 서운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시장의 자기보정적인 기능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지나친 낙관론과 성급한 비관론으로 시장과 투자자를 불안하게 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물론 예측 결과에 따라 증권사, 자산운용사의 신뢰와 리서치 인력들의 연봉이 결정되는 지금의 현실에서 보면 이런 관행은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 회사와 리서치 인력들에게 요구되는 보다 근본적인 것은 요즘처럼 시장이 불안할 때 자산시장의 기초여건을 토대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정확하고 일관성 있게 예측해 불안한 시장을 안정시켜는 역할이다.

그래야 우리 자산시장이 자금잉여자들에게 건전한 재산 증식의 창구로,자금부족자들에게는 효과적인 자본조달 통로로 성장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비관론으로 돌아선 증권사,자산운용사와 리서치 인력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지난해 말 낙관론을 내놓을 때와 비교해서 올 들어 세계 경제와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이 그렇게 빨리 악화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유가 하락 등으로 세계경제 여건은 개선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