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수급 논리로 보면 5년 안에 3000까지 갈 수 있다. 단기 조정은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이런 때일수록 시장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가장 유망한 주식은 인수·합병(M&A)주다."

정유신 굿모닝신한증권 부사장의 얘기다. 정 부사장은 증권업계에서 리서치와 영업,자산운용,투자은행(IB) 분야를 두루 섭렵한 몇 안 되는 인물로 꼽힌다. 현재도 굿모닝신한증권에서 법인영업과 해외영업,IB 등을 총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다양한 현장 경험을 통해 시장 전망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했다. 그는 "주가는 크게 유동성과 성장성에 의해 움직이는데 우리 시장은 몇 가지 요인으로 유동성,다시 말해 수급에 의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식시장의 유동성을 개인의 적립식펀드가 이끌어왔다면 앞으로는 기업들의 대규모 주식 수요가 수급을 주도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기업이 도입하는 퇴직연금의 주식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봅니다.

더구나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체제로 편입될수록 주식 공급 물량은 급격히 줄어들 것입니다. 헤지펀드로부터 공격을 받은 KT&G처럼 M&A 위협에 노출되는 대기업들이 그동안 쌓아둔 엄청난 현금을 투입해 자사주 매입 등에 나설 것이고 결과적으로 유통 주식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정 부사장은 "미국 증시도 1980년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대세상승기를 거쳤으며 개인의 가계자산 내 주식 비중은 2000년대 들어 과거의 두 배 수준인 5% 가까이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전체 가계자산 내 주식 비중이 1%밖에 안 되지만 장기적으로 2%대로 늘어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단순 계산으로도 코스피지수는 지금의 두 배 정도인 3000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봤다. "물론 해외 투자 붐에 따른 자산 해외 유출 등의 변수가 있지만 우리 증시의 레벨업은 거스를 수 없는 것"이라며 "과거 미국이 10년 걸렸다면 우리는 5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정 부사장은 이와 함께 향후 증시는 종목 간 차별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국면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개별 기업으로 봐도 배당이나 성장성 수급 등이 좋은 주식에 돈이 집중되면서 주가가 오르는 종목만 계속해서 오르는 양상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유망 투자 대상은 M&A 관련주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M&A 시장이 그동안은 주로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는 형태로 진행돼왔다면 앞으로는 시장의 수요과 공급의 논리에 의해 좌우될 것입니다. 또 국내 기업 간 소규모 M&A보다는 국제 자본에 의한 국내 기업의 대형 M&A가 부각될 거예요. 따라서 적어도 10년간은 M&A가 기업 경영의 최대 이슈로 떠오를 것이고,주가를 움직이는 최고 재료도 바로 M&A일 것입니다."

정 부사장은 또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면서 모멘텀 플레이가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주가 변동폭도 작아져 주식 투자로 초과수익을 얻기 힘들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개인들도 다양한 파생상품 투자로 눈을 돌릴 것"을 주문했다. 그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새로운 주식 관련 상품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