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제4회 전국 고교생 경제경시대회'가 열린 20일. 서울대학교 동원생활관에서는 이날 경시대회에 참가한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출제위원이 참석한 간담회가 마련됐다. 간담회에서는 고등학생들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공부를 하는지,또 경제교사들은 어떤 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오고 갔다.

요즘 고교생들은 경제공부를 어떤 식으로 하고 있을까. 서울 영동고등학교에서 사회·경제과목을 담당하는 허균 교사는 "선행학습이 일반화돼 있어 사설학원 등에서는 '맨큐의 경제학' 등 대학교 1학년 학생들이 배우는 경제원론 교과서를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허 교사와 동행한 이종엽 학생(영동고 2학년)은 평소에 경제원론의 바이블로 평가받는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경제원론으로 공부하고 있었다. 교과서의 수준만 높아졌을 뿐 공부하는 방법은 수십년 전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셈이다.

이와 관련,이번 행사를 총괄한 전홍택 KDI경제정보센터소장은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자신들이 직접 초콜릿 재료구입에서부터 판매하는 과정까지 직접 체험하며 경제학의 원리를 체험한다"며 미국의 '초콜릿 경제학'에 대해 소개하고 한국의 하향주입식 경제교육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다.

출제위원장을 맡은 차문중 KDI 선임연구위원도 "호주에서 대학강의를 할 때 싱가포르에서 온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제교육을 할 기회가 있었는데,'주식시장의 운영 메커니즘과 올바른 주식투자 방법에 대해 강의해달라'고 해 놀랐다"고 전했다.

당사자인 고등학생들도 실생활을 통해 배우는 방식의 경제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 동석한 권나영 학생(고양외고 2학년)은 "지난해 한경이 마련한 고교생 경제캠프에서 친구들과 팀을 이뤄 모의 주식투자를 해본 적이 있는데,재미도 있었고 배움도 많았다"고 말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경제학 교수법에 대해 연구 중인 관계자들이라면 고민해봐야 할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송종현 경제부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