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부설 연구소가1만3000개를 넘어섰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에 따르면 기업연구소는 지난해 말 현재 1만3324개에 달했다.

2004년 9월에 1만개를 넘어선 지 2년3개월 만에 3000개가 다시 증가한 것이다.

19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걸음마를 시작한 기업연구소는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선진국과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일부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개발,차세대 무선 휴대인터넷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와이브로(WiBro)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을 견인해 온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업연구소들이 이제 질적 도약을 도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기업연구소 1만3000개 시대

국내 기업연구소는 1981년 당시 과학기술처가 '기업연구소 설립신고 및 인정제도'를 도입한 것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인정제도 도입 당시에만 해도 기업연구소는 46개에 불과했으나 △1983년 100개 △1988년 500개 △1991년 1000개 △2000년 5000개를 각각 돌파했고 2004년 9월에 1만개 시대를 열었다.

기업규모별로 보면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대기업의 연구소 설립이 주류를 이뤘다.

인정제도 도입 당시 100%를 차지했던 대기업 연구소 비중은 1983년까지도 90%를 넘어섰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중소기업들의 연구소 설립이 붐을 이루기 시작했다.

특히 90년대 후반에는 벤처기업이 활성화되면서 벤처기업 연구소 설립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 결과 전체 기업연구소에서 중소기업 연구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엔 90%를 넘어섰다.

기업연구소를 산업별로 살펴보면 전기·전자 분야가 총 6880개로 전체의 51%를 차지,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기계(2385개),화학(2069개),건설·엔지니어링(774개) 등이 뒤를 이었다.

연구원의 규모로 따져보면 전체 기업연구소의 절반가량(6579개)이 연구 인력이 5명 미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인력 등 지원제도도 한몫

정부는 기업 연구소가 국가의 R&D(연구개발) 역량 강화에 핵심이라고 판단,다양한 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조세지원 제도 중에는 연구 및 인력개발비와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제도가 대표적이다.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를 과거보다 크게 늘린 기업들에 대해 투자금액의 일부를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주는 제도다.

국가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서는 자금 지원을 해준다.

과학기술부의 특정연구개발사업이나 산업자원부의 산업기반기술개발사업 등에 참여하는 기업은 연구개발비의 일정액(중소기업 최고 70∼100%,대기업 50% 이내)을 연구 보조비로 직접 지원한다.

기업연구소에 대한 정부의 지원제도 중 가장 호응이 좋은 것은 인력지원 제도다.

정부는 우수 연구인력의 원활한 확보 지원을 위해 전문연구기관으로 지정된 기업연구소에 대해 배정인원의 한도 내에서 신규 채용하는 전문연구원의 병역 의무를 면제해 주고 있다.


○기술 혁신의 주역으로 거듭나야

산업계에서는 이제 기업연구소는 양적 팽창에서 벗어나 질적 도약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기술의 생명주기가 갈수록 단축되고 기술의 융합화와 복합화가 진행됨에 따라 기업의 생존에서 기술개발이 차지하는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기술개발 인프라를 구축하고 기술개발을 통해 사업화에 이르는 프로세스를 얼마나 잘 구축하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연구개발 구상을 통한 사업전략과 R&D 전략의 연계,기술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는 기술경영 능력을 갖춘 기업연구소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연구소의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핵심 방안은 무엇보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이공계 대학은 학력저하 방지 및 이공계교육 정상화를 위한 특단의 조치를 통해 산업현장의 수요에 부응하는 인력 시스템을 확보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또 우수 연구인력 확보를 지원하고 있는 전문연구원 제도와 산업계 연구개발 인력 재교육 프로그램 등은 보다 확대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