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4월 74명의 근로자들이 13일간 노동운동 사상 초유의 '골리앗 고공농성'을 벌였던 현대중공업. 이후 5년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던 이 회사의 노사관계는 1995년 이후 단 한 차례의 노사분규없이 상생의 길을 걷고 있다. 현대중공업에서 자동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 설립 후 20년간 한 해도 빼지않고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두 회사의 노사관계가 이처럼 대조를 보이는 것은 왜일까.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노무관리 차이점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골리앗 고공농성 직후 노사협력실에 1987년 노조설립 때부터 노사업무를 전담해온 '노사관리 베테랑'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했다. 당시 사원으로 일했던 김종욱씨(52)는 현재 노사협력실을 총괄 지휘하는 상무이사가 됐다. 그는 20년간 노무관리의 한우물만 파왔다. 10명의 노무팀원도 평균 15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들이다. 현대중공업은 노사분규가 심해도 노사협력실 인력은 절대 문책하지 않는다. 오히려 김 상무는 노사분규가 극심했던 1991년 대리에서 과장으로,1995년 차장으로 특진했다. 김 상무는 "노조와 10년 이상 동고동락하다 보니 형과 아우처럼 마음을 열게 되고 이것이 결국 12년 노사평화의 비결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에는 노무베테랑이 드물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현대차는 파업만 했다 하면 노무관리팀부터 바꾼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관계 진단과 대안'이란 보고서를 낸 박태주 한국노동연구원 교수는 "노조 집행부는 2년마다 바뀌는데 사측 노무관리팀은 6개월마다 바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노사 교섭인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대차는 노사 교섭인원이 각각 25명으로 무려 50여명에 달한다. 강성 노조의 성격상 내부 의견 조율이 힘들어 각 단위공장 대표들을 모두 참석시키기 때문이다. '사공'이 많다보니 협상도 자연 어려워진다. 현대중공업은 노사교섭인원이 현대차의 절반에 불과하다.

또 현대중공업은 각 공장별로 경력이 많은 팀.반장급 노조원이 회사측 노사협력팀과 상시 대화채널을 구축,현대차처럼 대의원이 전횡을 휘두를 수 있는 여지가 없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