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가 민간택지까지 전면 확대되는 올 9월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질적인 분양가 심사기능을 갖게 된다.

정부가 1·11대책에서 분양원가 공개 의무와 함께 전국 235개 지자체들이 분양가심사위원회를 구성,분양가를 심사하고 기본형 건축비를 조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 분양가와 집값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끌고 있다.

○분양가 결정구조 확 달라진다

현재 아파트 분양은 사업승인→분양승인 신청→분양승인→청약 순서로 진행되고 있다.

이때 지자체들은 분양승인 신청 내용이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만 따질 뿐,분양가는 따로 적정성 여부를 가리지 않고 승인을 내주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지자체가 분양가 적정성을 심사할 수 있는 법적근거를 상반기 중 마련될 주택법 개정안에 신설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시·군·구별로 10명 안팎의 전문가가 참여할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택지비(공공택지는 공급가격,민간택지는 감정가)는 물론 기본형 건축비,가산비용 등 분양가 구성항목의 적정성을 일일이 검증한 뒤 문제가 없어야 입주자 모집승인을 내준다.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원가 내역(7개 항목)도 지자체가 공개한다.

분양가 부풀리기가 어려워지는 셈이다.

○건축비 지역격차 커질 듯

반면 분양승인 신청부터 승인까지 15일 안팎 걸리던 인·허가 기간은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분양가 심사 과정에서 지자체나 심사위원회,건설사 간 이견이 불거지면 검증기간이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60%에 이르는 건축비도 지역별로 차이가 생긴다.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기본형 건축비를 토대로 심사위원회가 해당 지역의 실정에 맞게 일정액을 낮추거나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산비용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하주차장 설치비가 기본형 건축비에 통합되는 만큼 지역별로 건축비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역별로 모래·레미콘 등 자재비나 인건비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건교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본형 건축비에 포함될 지하주차장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 소비자들만 되레 불편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지자체들이 건축비를 낮추기 위해 지하주차장 설치비 등 가산비용을 과도하게 축소하면 주차장과 연결되는 지하층 엘리베이터가 사라지거나 단지 내 커뮤니티시설이 대폭 줄어 결국 입주자들만 불편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그는 "지역별 수요패턴을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일정 기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실·월권심사 우려도

지자체들이 분양가 심사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느냐도 관심사다.

소비자나 건설사들이 납득할 만한 검증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효과도 없이 사업기간만 지연시킬 수도 있다.

특히 수도권 등 주택공급이 몰리는 지역은 행정력이나 전문성 부족에 따른 부실심사 논란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들이 단지 주변 도로 신·증설 등을 조건으로 분양승인을 내주는 이른바 '끼워넣기'가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민간택지의 경우 분양가 책정 때 큰 변수가 되는 가산비용에 지자체들이 도로건설 비용 등 준조세를 전가할 소지가 다분하다"며 "이 같은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