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의 유동성 축소 정책으로 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러나 시중 은행들은 대출 금리만 크게 올렸을 뿐 예금 금리는 거의 올리지 않아 서민과 중소기업이 금리 인상의 부담을 모두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해 하반기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폭은 정기예금 금리 인상폭의 최대 6.9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리한 주택대출 확대로 부동산 버블을 키운 은행들이 이번엔 그 책임을 서민과 중소기업에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대출 금리 급등,예금 금리 제자리

한은에 따르면 작년 11월 말 기준 전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4.43%로 6월 말에 비해 0.06%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반해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5.69%로 0.21%포인트 올랐다.

작년 하반기 들어 5개월간 주택대출 금리 인상폭이 정기예금 금리 인상폭의 3.5배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올 들어서도 시중은행들은 정기예금 금리를 유지한 채 주택대출 금리를 지속적으로 올리면서 예금·대출 금리 간 격차를 더욱 벌리고 있다.

국민은행은 22일 주택대출 금리를 지난주보다 0.06%포인트 높인 연 6.05~7.05%로 적용키로 했다.

대출 금리는 작년 6월 말에 비해 0.69%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다.

국민은행에서 6개월 전에 집을 담보로 잡히고 1억원을 빌린 개인의 이자 부담은 연간 69만원이나 불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1년제 정기예금의 금리는 같은 기간 중 0.1%포인트 높아지는 데 그쳤다.

1억원 예금자의 연간 이자 수입이 고작 10만원 늘어났다는 얘기다.

신한과 우리은행의 경우도 지난 6개월새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0.25%포인트와 0.2%포인트 올린 데 비해 같은 기간 중 주택대출 금리는 각각 0.46%포인트와 0.36%포인트 올렸다. 대출 금리 인상폭이 예금금리 인상폭의 1.8배에 달한다.


○여전히 배부른 은행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총 가계대출 잔액은 345조6000억원.이 중 80%인 276조5000억원가량이 시장금리에 따라 이율이 변하는 변동금리부 대출.따라서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가계는 연간 7000억원에 달하는 추가 이자부담을 안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처럼 가계의 금리 부담이 가중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지급이자 비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이자 부담이 소비를 위축시키고 금융위기를 부르는 '가계발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은행들은 예금 금리 인상에는 인색한 채 대출 금리 인상을 통해 잇속을 채워 눈총을 사고 있다.

한은의 지급준비율 인상 여파로 비용이 늘어난 데다 추가 자금 마련을 위한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 증가로 시장금리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은행들의 해명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출혈경쟁으로 부동산 거품을 부추긴 책임이 있는 은행들이 금리 인상으로 앉아서 돈을 벌고 있는 형편"이라며 "가계부실이 심화될 경우 은행 경영에도 직격탄이 되는 만큼 단기 실적에 급급하기보다는 거시적인 차원에서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