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비수기에 1·11 부동산 대책 여파가 겹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집값 하락세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택매매는 앞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는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끊김에 따라 거의 단절 상태다.

일부 지역에선 집주인들이 최근 가격이 '꼭지점'이라고 판단,가격을 낮춘 급매물을 내놓고 있다.

매년 이맘 때면 '학군 특수'로 들썩이던 전세시장마저 작년 12월 이후 수요가 급감해 잠잠한 모습이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전반적인 약세에 빠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주택 매매시장 '꽁꽁'

21일 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타격을 입게 된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들의 가격 하락이 지속되고 있다.

고덕 주공,개포 주공 등의 재건축 단지에는 매물이 늘고 매수자의 발길은 끊기면서 가격 조정이 진행 중이다.

개포주공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대출 압박을 받는 일부 투자자들이 2000만원가량 가격을 낮춘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는다"며 "매수세가 살아나지 않는 한 추가적인 가격 하락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재건축 하락세는 일반 아파트로 옮겨가고 있다.

특히 작년 집값이 급등했던 강남권,양천구,분당 등 버블세븐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거품이 빠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롯데캐슬은 1·11대책 이후 3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져 41평형의 경우 12억원 안팎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서초구 서초동 일대 아파트 단지도 올 들어 매수세가 위축되면서 시세보다 5000만원 이상 낮춰서 팔겠다는 집주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양천구 목동에서도 시세보다 최고 8000만원 낮은 급매물이 등장했다.

목동7단지 27평형의 경우 7억5000만원에서 7억원,35평형은 12억8000만원에서 12억원 선 안팎까지 떨어졌다.

목동 B공인 관계자는 "1·11 대책 발표이후 사정이 급한 사람은 급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가 안 된다"며 "9월부터 분양가 상한제,청약가점제 등이 시행되는 점을 의식,기존 주택 매수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전세 '겨울방학 특수' 사라져

전세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말 이후 전세수요가 크게 줄어 매물이 남아돌면서 전셋값 상승률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이다.

매년 이 때쯤이 되면 '학군 특수'로 전셋값이 들썩거리던 서울 대치동,송파동과 목동 등에서도 전세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예년과는 전혀 딴판이다.

실제 지난주 강남,송파,서초구 등 강남 3개구의 전셋값 상승률은 0.1%에도 못 미쳤으며,양천구는 가격 변동(0%)이 없었다.

대치동 C공인 관계자는 "서울시 교육청이 광역학군제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내년부터 대학입시 때 고교 내신성적 비중이 50% 이상으로 높아지는 등 입시 환경이 바뀌면서 학군에 따른 이사 수요가 줄어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가을 신혼부부 등이 몰리며 전세난이 심했던 마포구도 최근 전셋값이 1000만~2000만원 정도 하락했다.

신공덕동의 D공인 관계자는 "쌍춘년 결혼수요가 사라진 데다 지난해 가을 전세난으로 전세 수요가 상당 부분 매수 수요로 돌아섰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