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기업 간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합니다.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드는 산학협력은 부작용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과학과 예술이 만나는 은하도시포럼(회장 민동필 서울대 교수) 주최로 2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포스트나노 시대를 준비하는 펨토과학 포럼' 참석차 방한한 로버트 트리블 미국 텍사스 A&M대 교수와 시드니 갈레 프랑스 국립가속기연구소장을 초청,민동필 서울대 교수와 손연수 이화여대 교수,최경희 중앙대 교수와 함께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 어떻게'를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들은 이날 좌담회에서 연구소의 대형화가 기초과학을 살리고 인재를 양성하는 지름길임을 강조했다.

◇민동필 교수(사회)=산업체와 대학 간 협력이 갈수록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산학협력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손연수 교수=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13년간 근무했습니다. 공공 연구소의 연구원들은 대학 교수들과 달라야 하는데에도 불구하고 똑같이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가 공공 연구소와 대학 연구소,기업 연구소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다른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로버트 트리블 교수=산학협력은 물론 강요한다고 이뤄지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도 한때 인위적인 산학협력을 강요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폐단이 당장 나타났죠. 산학협력의 성과가 자연스럽게 사회로 흘러 나와 서로 이익을 주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민 교수=기술이전이 대학에서 사회로 원활하게 진행해야 하는 데 공감합니다. 대학의 임무는 지식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학이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지만,사회를 위한 봉사라고 생각해 기업과 협력하고 있습니다. MIT 대학만 하더라도 제일 이익을 많이 내고 있는 대학 중 하나이지만,전체 연구비 중에서 산학협력으로 얻어지는 이익금은 5%에 불과합니다.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도 대학의 사명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인재 양성 역할이 중요합니다.

◇시드니 갈레 소장=프랑스의 경우 공공 연구소가 대학과 기업을 연결시켜 이어주는 역할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특히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이에 대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을 물색해 주기도 합니다.

◇민 교수=기초과학 분야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를 진흥시키기 위한 방안이 있으시다면.

◇최경희 교수=새로운 기초 과학적 발견은 대형 연구 시설을 가진 연구소에서 나옵니다. 가장 좋은 장비와 시설이 있을 때 가장 좋은 연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손 교수=대부분의 연구원은 대학에서 일하길 원합니다. 기업에선 돈을 많이 받지만 성과위주로 흘러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이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대학들은 산학협력단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산업체에서 성급한 기대로 기술을 팔라고 강요해 장기적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국제특허의 경우도 개인이 아닌 학교의 이름으로 내야 합니다.

◇트리블 교수=기초 과학이 산업화되기까지 20~40년 정도가 걸립니다. 이미 나노(10억분의 1)기술을 넘어서 펨토(1000조분의 1)기술에 대한 산업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아마 펨토는 훨씬 더 짧은 시간에 응용화가 이뤄질 것입니다.

◇손 교수=한국은 현재 응용과학이나 기술 쪽에 지원이 치중해 있습니다. 기초 과학은 그저 과학,응용과학은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초 과학엔 중요 분야가 너무도 많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 교수=한국에선 75%의 박사들이 대학에 머물러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R&D 지원 중 4분의 1만이 대학에 지원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갈레 소장=과학자들이 정치인들에게 가시적인 성과와 함께 파워를 보여 줘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에선 6개월 후에 총선이 있는데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대통령 후보도 될 수 없습니다.

◇민 교수=여성 과학자들을 활용하는 문제는 모든 국가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현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최 교수=가장 큰 차별은 물론 대학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명문대학의 경우 일부 주요 이과분야 학과에선 여성 교수가 한 명도 없습니다.

◇갈레 소장=프랑스엔 여성 교수가 매우 많습니다. 마리 퀴리 부인의 영향이죠. 고등학교에서부터 과학자가 되길 원하는 여성들이 많으며 이들에 대한 차별은 없습니다.

◇손 교수=500년 동안의 유교 문화에서 여성을 차별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선 전체 과학자 중 35%가 여성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10% 미만입니다.

◇트리블 교수=미국의 경우도 엔지니어링 분야 등 특정 분야에서는 여전히 여성 과학자 비율이 뒤처집니다.

◇민 교수=여성 과학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손 교수=1970년엔 미국의 유명한 이공계 대학인 칼텍에는 여학생들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후 학교에서 여학생을 일정 쿼터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갈레 소장=여학생들이 과학 분야에 더 지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고등학교 때부터 길러내야 합니다.

◇민 교수=멘토링 시스템 같은 것 말이군요. 한국의 경우 여고생들이 과학에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국학술재단의 조사 결과 나왔습니다. 1년 또는 2년 동안 출산 휴가를 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갈레 소장=프랑스에서는 부부가 아이를 낳았을 경우,남자와 여자 모두 육아 휴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엔 여성들이 계속 일을 하면서 육아를 합니다.

정리=성선화ㆍ이미아 기자 doo@hankyung.com

----------------------------------------------------------------

참석자 : 로버트 트리블 (美 텍사스A&M대 교수) 시드니 갈레 (프랑스 국립가속기연구소 소장) 손연수 (이화여대 교수) 최경희 (중앙대 교수)
사회 : 민동필 (서울대 교수, 은하도시포럼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