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 약세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원/엔 환율 반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조용현 하나증권 연구원은 22일 "한국증시가 선전하고 있는 아시아 신흥 시장에서 상대적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글로벌 유동성 우려의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다소 간접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글로벌 유동성 우려가 제기된 연말연시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일본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주춤하던 아시아증시가 동결결정 직후 상승반전한 것과는 달리 한국증시는 계속 약세를 기록했다는 것.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원/엔 환율의 하락세(원화강세)가 일본의 금리동결 결정 이후 더욱 가속화됐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원/엔 환율이 본격적으로 하락 반전했던 지난 2004년 초부터 대표적인 수출주인 IT주의 시장대비 상대강도가 하락반전하기 시작했고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환율부담이 누적되면서 최근 세계 IT모멘텀이 비교적 견조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IT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일본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엔-케리 트레이드 청산을 우려하지만 원/엔 환율의 반전 모멘텀을 확보하는 것이 더 우선적"이라고 강조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시차를 두고 제조업체의 수출 경쟁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엔 환율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원/엔이 강세를 보였던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중반, 시차를 두고 한국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거나 적자폭이 커지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

실질적으로 지난 2004년까지 증가하던 무역수지 흑자는 2년 연속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 이 즈음부터 원/엔은 빠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원/엔 환율이 외환위기 직전까지 떨어진 지금 추가적인 원화강세는 한국기업들의 경쟁력 훼손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장 연구원은 나아가 외환위기 이후 환율에서 누렸던 잇점을 잃어버린 상황에서 경쟁력확보를 위한 방법은 설비투자 확충과 맞물려 있다고 주장했다.

똑똑한 시장이 고민하는 본질은 수급이 아니라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라며 삼성전자가 매년 2조원의 자사주를 관습적으로 매입하는 것보다는 자사주매입 금액을 설비투자에 사용하는 것이 주주이익에 부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