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라이벌인 롯데와 신세계가 상대방의 비교우위 분야인 대형 마트와 백화점 사업 강화에 각각 주력한다는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그동안 '롯데=백화점,신세계=이마트'의 구도를 보강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지만,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상대의 '본거지'를 겨냥한 정면 승부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

롯데,신개념 대형 마트로 승부수

롯데는 최근 열린 경영전략회의에서 신세계 이마트가 독주체제를 굳힌 대형 마트 사업을 집중 육성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올해 12~14개의 신규 점포 개장을 계획하고 있는 롯데가 꺼내든 '신병기'는 패션몰과 대형 마트가 어우러진 새로운 개념의 초대형 쇼핑몰.점포 수(신세계 103곳,롯데 52곳)에서 워낙 차이가 큰 만큼 '양(量)'보다는 '질(質)'로 승부를 건다는 것.지난 18일 광주신세계 백화점의 인근인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동 월드컵 경기장 내에 대형 패션몰(5800평)과 할인점(3200평)이 어우러진 쇼핑몰을 선보인 것은 그 신호탄이다.

수도권 일대 대규모 택지지구에 초대형 쇼핑몰을 잇달아 선보인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동안 롯데는 이마트와 달리 택지지구 내 상업용지 확보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비용 부담을 꺼려 용인 동백지구,화성 동탄지구 등 수도권 택지지구 진출이 번번이 좌절됐지만 올해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롯데쇼핑 공모로 비축해 둔 '실탄'을 바탕으로 판교,파주 등 새로 조성될 택지지구에 쇼핑몰을 집중 짓겠다는 것.

롯데마트 관계자는 "수만명의 인구가 밀집해 있는 택지지구만큼 매력적인 신규 점포 부지는 없다"며 "수도권 택지지구 내 부지를 확보하는 데 자금을 최우선적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신세계,명품관으로 백화점 경쟁력 키운다

신세계는 롯데가 에비뉴엘을 앞세워 한 걸음 앞서온 명품관 부문에서 추격의 고삐를 바짝 죈다는 전략이다.

오는 3월이나 4월 백화점 본관을 재개장하면서 에비뉴엘 못지 않은 명품관을 선보이면서 정면 승부를 시작한다는 복안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정유경 조선호텔 상무까지 가세한 만큼 입점 브랜드나 규모 면에서 에비뉴엘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여는 국내 최초 프리미엄 아울렛인 '여주 첼시'도 명품분야 롯데 공격의 중요 축이다.

샤넬,페라가모 등 한국인이 선호하는 200가지 이상의 해외명품 브랜드를 최고 70%까지 할인 판매해 젊은 예비 명품족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것.

오는 3월에는 롯데백화점 분당점으로부터 자동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용인 죽전점을 개장,분당·용인 상권 쟁패전에 본격 나선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아점을 접었던 건 '될 만한 곳'에 전력을 집중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롯데의 독무대인 노원점도 공략 대상이다.

2011년까지 미아점과 맞먹는 1만5000평 규모의 의정부점을 개장,15분 거리에 있는 롯데 노원점 충성 고객층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