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해하고 어려운 미디어 아트는 가라.'

쉽고 재미있는 미디어 아트전이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보다,보여지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강애란 변지훈 최병일 유비호 이배경 홍성철 김병규 등 젊은 작가 7명이 관객 친화적인 인터랙티브 작업들을 내놓았다.

최근 미디어 아트 등 영상설치미술이 보관·설치 등의 어려움 때문에 인기를 잃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시각예술의 주요 장르인 만큼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점검해 보자는 취지다.

감상보다는 차라리 관객과 소통을 꾀하는 전시다.

작품들은 관람객인 '나' 없이는 여전히 미완성으로 남기 때문이다.

지하 1층에서는 변지훈의 작업 '득음'이 눈길을 붙잡는다.

폭포 속에 들어앉아 수련하는 명창을 보는 것 같다.

쏟아지는 폭포 영상 앞에서 관객이 움직이자 물보라처럼 빛의 입자들이 따라 움직인다.

김병규의 작품 '3D애니메이션'도 재미있다.

대형 화면 앞으로 관람객이 들어서면 해체되어 있던 이미지들이 모여들어 큰 덩어리를 이룬다.

관람객이 그 자리에서 빠져나오면 덩어리는 해체되고 다른 사람이 오면 또 뭉친다.

정치·사회적인 주장을 관철하려는 사람들이 모였다 사라지는 집회현장을 연상시킨다.

강애란의 디지털 북 프로젝트는 인기 영화의 명장면을 보여준다.

관람객이 영화 '대부''전쟁과 평화''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장미의 이름으로' 등의 포스터가 끼워진 라이트박스를 만지면 곧바로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된다.

금호미술관의 이강자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디지털 세대가 즐기는 미디어 아트 등 영상설치미술의 현주소를 가늠해보고 미디어 아트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는 3월4일까지.

(02)720-5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