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규모가 10조원을 육박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올해 R&D 투자 전망치가 6조1000억원으로 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로써 올해 국내 R&D 투자비는 지난해 27조원(추정)을 넘어 30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국내 과학기술계는 이에 따라 이제 30조원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R&D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 세계 8번째 투자국 진입

과학기술부가 확정한 올해 국가 R&D 예산은 10조원에서 3300여억원이 모자란 9조7629억원(105억2000만달러) 규모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영국 중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여덟 번째로 100억달러 진입 국가가 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8534억원(9.6%) 늘어난 것이며 2000년 4조1974억원과 비교할 때 7년 만에 두 배 증가한 수치다.

예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분야는 에너지기술 R&D 분야로 지난해 1385억원에 비해 187.8% 증가한 3987억원이 책정됐다.

기초과학 부문도 지난해보다 1% 늘어난 25%가 투자된다.

정성철 과학기술정책연구원장(STEPI)은 "미국 중국과 같은 초대형 국가를 제외하면 대개 국민소득 2만달러를 전후해 R&D 예산이 100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도 새해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 100억달러를 넘는 것이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이어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각국의 R&D 예산 100억달러 시점은 사회·경제발전 패러다임의 전환과 이에 적합한 새로운 과학기술정책 기조가 요구되는 시기"라면서 "이제 잠재성장률의 하락,고용 없는 성장기조의 고착화 등 경제발전 패러다임의 변화 없이는 성장의 지속이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가 이뤄져야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이 100억달러에 이르면서 가장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것은 국가 연구개발 사업의 효율성 제고 문제이다.

대형 국가 연구개발 사업수가 300개 이상으로 늘어났으나 대부분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따라잡는 추격형 기술 개발을 위한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 이제 세계 기술을 선도하는 기술들을 개발하는 전략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거대과학이라 불리는 초대형 연구개발 사업이 확대되면서 이들 사업에 대한 기획 및 선정단계에서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기업 R&D에서는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부문에서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연구개발은 대기업이나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중소기업이나 서비스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는 것.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4년도 기업 부문 연구개발비의 88%가 제조업에 집중돼 있으며 대기업 집중도는 79.1%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상위 20대 기업에서 사용한 연구비가 전체 기업체 연구비의 54.1%로 2001년 49.8%에 비해 크게 높아지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연구개발 투자 격차 또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산기협 관계자는 "연구개발 투자의 양적 확대는 물론 질적 발전과 우수한 연구인력의 양성 확보를 통한 혁신 역량 강화가 기술 혁신의 선결 요건"이라면서 "연구개발 투자나 인력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선결 과제"라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정부도 우수 인력을 양성하고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기술 혁신 활성화를 위한 환경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춘호 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