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독일 본사 랑세스의 아시아 첨단 공장 투자가 '한국=강성 노조'라는 이미지 때문에 싱가포르로 결론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웠지요.

최근에 선진적 노사관계를 구축 중인 코오롱,현대중공업의 사례를 본사에 적극 알려 한국에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공장이 세워지도록 힘쓰겠습니다."

독일 바이엘 화학부문이 2004년 7월 스핀오프(분리)한 랑세스의 한국법인으로 지난 1일 정식 출범한 랑세스코리아 고제웅 대표(51)는 한국경제신문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랑세스 공장을 국내에 유치하면 한국 화학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랑세스는 전 세계 21개국에 2만여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합성고무 부틸고무 엔지니어링플라스틱 첨가제 등 5000여개 제품을 생산·판매하며 연매출 8조~9조원을 올리는 세계적인 화학전문 기업.이 회사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매출 증가를 위해 지난해 중국에 신규 화학공장 2곳을 설립하는 등 이 지역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고부가가치 화학제품 공장 설립 후보지로 한국 일본 싱가포르를 검토하다 결국 싱가포르를 낙점했다.

고 대표는 "한국은 국내 정유회사로부터 양질의 원료를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데다 인력 수준도 높아 유력한 후보지로 떠올랐으나 '한국은 노조가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걸림돌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규 공장은 영하 160도 환경을 유지하는 제조설비를 24시간 가동해야 하는데 파업 등 노사분규가 발생해 설비가 멈추면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는 본사의 우려가 컸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연초 발생한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사태를 노심초사하면서 지켜봤다.

랑세스 국내 매출의 60~70%가 한국타이어와 현대차 1·2차 벤더 등 자동차 부문에서 발생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랑세스의 국내 제조공장 설립 노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외국에는 현대차 사태와 같은 부정적인 내용만 알려지는 게 문제예요. 코오롱 현대중공업 등에서 불고 있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본사에 적극 홍보,설득해 한국 투자를 꼭 이끌어낼 것입니다."

고 대표는 1981년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이후 25년간 줄곧 바이엘코리아 화학부문에서 근무했다.

국내 화학업계에 폭넓은 인맥과 신뢰를 쌓고 있는 데다 2004년 화학사업부 부서장을 맡은 이후 매출이 2005년 16%,지난해 8% 증가하는 등 경영 능력을 입증해 일찌감치 랑세스코리아 초대 사장으로 내정됐다.

고 대표는 "국내 업체들에 좋은 원료를 적기에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도 국내에 제조공장을 두는 게 필요하다"며 "신규 공장 설립뿐 아니라 합작투자나 기존 공장 인수 등도 적극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송태형·사진=김영우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