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의 붕괴가 가시화되고 있다. 경기 안산 상록을 지역구 출신의 임종인 의원이 전격적으로 탈당을 선언함으로써 그동안 논란만 많았던 탈당(脫黨) 도미노가 시작된 것이다. 더구나 열린우리당의 분화는 앞으로 여러 갈래로 나눠지는 복잡한 형태로 진행될 것이란 게 정치권의 분석이고 보면, 대선을 앞두고 어떤 정치 지형이 형성될지조차 가늠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정치권의 혼란이 극에 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사실 제각각의 이념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여당의 구조로 인해 국정의 표류와 혼란이 가중됐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결과는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치발전 과정으로 보면 정당 정치가 또 한걸음 후퇴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고 본다.

특히 우리가 걱정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그나마 근근이 버텨오던 국정의 중심축이 완전히 소멸된다는 점이다. 대선을 1년 가까이 남겨놓은 상황에서 집권여당이 붕괴되고 전체 정치권이 이합집산과 대권놀음에 빠지고 나면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기능마비 상태에 빠질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게다가 청와대는 개헌을 발의하고 국민들을 직접 설득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 국정이 얼마나 혼란스러울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국민들이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상황이다.

특히 우리 경제는 지금 무척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다. 국내소비는 정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고,투자는 발목이 잡혀 한발짝도 내딛기 어려운 형편이다. 급격한 환율하락(원화가치 상승)은 수출마저 둔화(鈍化)시켜 자칫 올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는 저성장과 국민소득 감소로 나타날 것이고,민생은 고통에 직면할 것이다.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정치권,특히 지금의 집권여당이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

때문에 정치권 지각변동은 불가피하다 하더라도 국정의 근간이 되는 민생법안의 심의와 입법활동은 소홀히 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는 비단 여당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한나라당 등 야당도 마찬가지다. 민심이 이를 지켜보면서 대권의 향방을 선택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주기 바란다. 그러나 대선정국에서 정부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우리가 경제정책을 종래보다 두 배로 챙겨도 모자란다고 누차 강조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