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5개월 담배소송 25일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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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이 과연 폐암을 일으키는 주된 요인이 될 수 있는가.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소송 선고일로 예정됐던 지난 18일.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법원은 급기야 "꼼꼼하게 판결문을 작성해 이론의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선고 날짜를 일주일 후(25일)로 미뤘다.
법원은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7년5개월간 이 소송을 이끌어 왔던 양측의 변호인들은 갑작스런 선고 연기 발표에도 '사필귀정'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배금자 변호사 < 마약보다 심한 중독성 유해성 알고도 은폐 >
"KT&G(옛 담배인삼공사)는 1970년대부터 담배에 폐암 유발 인자가 있음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만큼 배상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폐암 환자들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46.연수원 17기)는 KT&G가 내부 연구를 통해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호품이라는 이유로 이를 감춰 왔다고 주장했다.
"60여종의 발암 물질이 포함된 담배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폐암이 별로 없었지만 흡연율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지 20~25년 만에 폐암 사망률이 높아지는 등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가 뚜렷하다"는 게 배 변호사의 지적이다.
담배의 중독성 논란에 대해 배 변호사는 "니코틴의 중독성은 1급 마약인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높아 외국에서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배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법원은 업체의 책임을 인정해 왔다"며 "결함 있는 제조물이면서도 1989년에야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등 표시상의 결함도 있다"고 승소 가능성을 자신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까지는 담배 소송에서 환자측이 패소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승소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간접 흡연의 피해나 흡연을 방조한 사용주의 책임을 묻는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담배 소송과의 인연은 1997년 배 변호사의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50개 주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법률가로서 관심을 갖게 됐고 '담배소송 이론의 한국 적용'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써 냈다.
"무료로 변론하면서 매번 수천 쪽에 달하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등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적지 않아 다른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배 변호사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 판결도 대중의 인식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박교선 변호사 < 폐암원인 주장은 비약 중독 아니라 의존성 >
KT&G를 대리해 담배 소송의 방패 역할을 맡은 박교선 변호사(43·연수원 20기)는 "걱정이 하나도 안 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담배 소송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밝은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은 사기업이 담배 사업을 영위한다.
때문에 유해 물질이 담배에 포함돼 있는 데도 '매출 증대'를 위해 없다고 속일 수 있겠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정부가 전매 제도를 진행해 담배 사업을 했던 우리나라는 전혀 실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유해성을 알고도 숨긴 사실을 찾아내야 하는데 정부가 왜 그런 잘못을 저지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20년 흡연가'인 그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암 유발 문제는 담배 케이스에도 써 있죠.흡연자의 10%는 폐암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흡연하면 반드시 폐암에 걸려 사망한다는 원고측 논리는 비약입니다.
흡연자의 90%가 왜 폐암에 안 걸리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원고들이 모두 청정 지역에 살고 있어 흡연 이외에 암을 유발할 인자가 없다고 하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 다른 논리를 펼쳤다.
스트레스나 공해를 놓고 보더라도 농약을 취급하는 농부들이 도시 봉급자들보다 암 유발 인자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담배의 중독성' 문제에 대해서도 박 변호사는 원고측 주장을 '자가당착'이라고 일축했다.
"정신의학자들의 의견서를 보면 자발적 의지에 달렸다는 견해와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요.
의학계에서도 통일된 견해가 없는데 이를 가지고 중독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담배의 위험은 사실상 허용된 위험'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박 변호사는 니코틴의 성질상 의존성이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자신의 논리를 풀어냈다.
그는 "중독성 문제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본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금연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원고측이 좌시하고 있다"며 선고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소송 선고일로 예정됐던 지난 18일.세간의 이목이 집중되자 법원은 급기야 "꼼꼼하게 판결문을 작성해 이론의 여지가 없도록 하겠다"며 선고 날짜를 일주일 후(25일)로 미뤘다.
법원은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7년5개월간 이 소송을 이끌어 왔던 양측의 변호인들은 갑작스런 선고 연기 발표에도 '사필귀정'이라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배금자 변호사 < 마약보다 심한 중독성 유해성 알고도 은폐 >
"KT&G(옛 담배인삼공사)는 1970년대부터 담배에 폐암 유발 인자가 있음을 알았으면서도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만큼 배상 책임이 분명히 있습니다."
폐암 환자들을 대리한 배금자 변호사(46.연수원 17기)는 KT&G가 내부 연구를 통해 담배의 위해성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으면서도 기호품이라는 이유로 이를 감춰 왔다고 주장했다.
"60여종의 발암 물질이 포함된 담배가 전 세계적으로 보급되기 전에는 폐암이 별로 없었지만 흡연율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지 20~25년 만에 폐암 사망률이 높아지는 등 흡연과 폐암의 인과 관계가 뚜렷하다"는 게 배 변호사의 지적이다.
담배의 중독성 논란에 대해 배 변호사는 "니코틴의 중독성은 1급 마약인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높아 외국에서는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배 변호사는 "제조물 책임법이 등장하기 이전부터 법원은 업체의 책임을 인정해 왔다"며 "결함 있는 제조물이면서도 1989년에야 경고 문구를 삽입하는 등 표시상의 결함도 있다"고 승소 가능성을 자신했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까지는 담배 소송에서 환자측이 패소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승소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럽에서는 간접 흡연의 피해나 흡연을 방조한 사용주의 책임을 묻는 소송도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담배 소송과의 인연은 1997년 배 변호사의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유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국 50개 주가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보고 법률가로서 관심을 갖게 됐고 '담배소송 이론의 한국 적용'을 주제로 석사학위 논문을 써 냈다.
"무료로 변론하면서 매번 수천 쪽에 달하는 자료를 법원에 제출해야 하는 등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이 적지 않아 다른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라는 배 변호사는 "외롭고 힘든 싸움이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어 판결도 대중의 인식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박교선 변호사 < 폐암원인 주장은 비약 중독 아니라 의존성 >
KT&G를 대리해 담배 소송의 방패 역할을 맡은 박교선 변호사(43·연수원 20기)는 "걱정이 하나도 안 된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담배 소송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며 밝은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미국은 사기업이 담배 사업을 영위한다.
때문에 유해 물질이 담배에 포함돼 있는 데도 '매출 증대'를 위해 없다고 속일 수 있겠지만 1980년대 중반까지 정부가 전매 제도를 진행해 담배 사업을 했던 우리나라는 전혀 실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유해성을 알고도 숨긴 사실을 찾아내야 하는데 정부가 왜 그런 잘못을 저지르겠는가"라고 되물었다.
'20년 흡연가'인 그는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암 유발 문제는 담배 케이스에도 써 있죠.흡연자의 10%는 폐암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흡연하면 반드시 폐암에 걸려 사망한다는 원고측 논리는 비약입니다.
흡연자의 90%가 왜 폐암에 안 걸리는지에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원고들이 모두 청정 지역에 살고 있어 흡연 이외에 암을 유발할 인자가 없다고 하는 원고측 주장에 대해서 다른 논리를 펼쳤다.
스트레스나 공해를 놓고 보더라도 농약을 취급하는 농부들이 도시 봉급자들보다 암 유발 인자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것.
'담배의 중독성' 문제에 대해서도 박 변호사는 원고측 주장을 '자가당착'이라고 일축했다.
"정신의학자들의 의견서를 보면 자발적 의지에 달렸다는 견해와 마약 같은 중독성이 있다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어요.
의학계에서도 통일된 견해가 없는데 이를 가지고 중독성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담배의 위험은 사실상 허용된 위험'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박 변호사는 니코틴의 성질상 의존성이 있다는 것은 '다 알고 있는 이야기'라며 자신의 논리를 풀어냈다.
그는 "중독성 문제는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인정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본 사안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금연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원고측이 좌시하고 있다"며 선고 결과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