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대량으로 파는 투매(投賣)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22일 미 재무부 자료를 인용,"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 등 산유국들이 지난해 9~11월 미 국채 101억달러어치(보유한 미 국채의 9.4%)를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OPEC 회원국들이 3개월 연속으로 미 국채를 매도한 것은 2003년 6월 이후 처음이다.

미 재무부 조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 사이 국제 유가가 세 배 가까이 뛰어오르면서 OPEC 국가들의 미 국채 보유량은 115% 늘었다.

OPEC 국가들은 지난해 9월 매도세로 돌아서기 전까지는 17개월 동안 미 국채를 계속 사들였으며 그 규모는 970억달러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때 배럴당 78.40달러에 달했던 국제 유가가 50달러 선까지 추락하며 OPEC 회원국들에 유입되는 '오일 달러 수입'이 줄게 되자 국채를 매도하고 있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은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지면 산유국들의 미 국채 매입은 아예 중단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당한 규모의 미 국채 투매가 나타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스 캐피털의 전략가인 마이클 폰드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10달러 떨어질 때마다 OPEC 회원국들은 미 국채 보유량을 340억달러가량 줄이고 이는 미 국채 수익률을 0.05%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19일 현재 연 4.78%로 지난해 12월의 최저치보다 0.35%포인트 올랐다.

중국 등 세계 주요국들의 중앙은행들도 달러화 자산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 OPEC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지난해 말 359억달러인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와 금의 비중을 1년 전보다 15%포인트 줄였다.

인도네시아와 아랍에미리트 중앙은행도 최근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를 줄이고 유로화 비중을 높여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산유국들의 국채 매각과 주요 중앙은행들의 달러화 자산 축소가 미 국채 수익률을 어느 정도까지 높일지 주목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