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일본 최대 정유업체인 신일본석유가 손을 맞잡은 것은 해외 거대 정유업체들의 자원민족주의 기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이번 전략적 제휴는 국경을 넘어 '기업 간 최적화 전략(Inter company optimization)'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안보 문제보다는 자본 효율화를 꾀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안희준 SK㈜ 상무는 22일 "아시아 정유업체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비용을 줄이고 중복투자를 피하는 게 최대 관건"이라며 "해외자원을 공동 개발하면 경쟁을 피하고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철강업종과 달리 정유업종에선 중국과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국과의 포괄적 제휴도 검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이번 제휴의 경우 서로 국적이 다른 정유업체 간에 이뤄진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향후 국내 정유업체와 해외 정유업체 간 협력이 확대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두 회사의 제휴는 해외자원개발,수급,석유화학,윤활(기)유,해외사업 등 에너지사업 전반을 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협력 방안은 양사의 제휴 기간(10년)에 비추어볼 때,협력관계의 장기화 및 공고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1차 제휴기간이 끝난 뒤에도 SK㈜와 신일본석유는 상호 지분매입 및 협력 관계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포스코와 신일본제철,동국제강과 JFE스틸과의 끈끈한 협력강화 모델과도 비슷하다.

여기에다 미국 유럽 등 정유업체들의 독과점 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SK㈜는 중국 국영기업인 시노펙 등과도 신일본석유와 비슷한 협력관계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SK㈜는 최근 시노펙과 나프타분해시설(NCC) 신설 합작투자 등을 논의하는 등 협력관계를 확대하고 있다. 한편 이번 한·일 에너지 협력은 중국 러시아 등의 자원민족주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의 시노펙과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즈프롬 등을 견제하기 위한 한·일 양사의 포석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시노펙을 앞세워 해외자원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러시아는 셸이 갖고 있던 '사할린 2'의 가스 유전 개발권을 자국의 가즈프롬에 넘기는 등 자원민족주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손성태·장창민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