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비유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차량은 중국 무협영화의 주인공을 닮았다.

무협영화의 주인공은 최고수의 실력을 가졌으면서도 저잣거리의 웬만한 시비에는 절대 끼어들지 않다가 스토리의 전개와 함께 점점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면서 서서히 숨겨진 능력을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급하게 치고 나가지 않는 메르세데스벤츠 S500 4매틱 L의 모습이 그렇다.

가속 페달을 밟기가 무섭게 쏜살같이 달려나가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차량의 육중한 움직임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 육중함이 메르세데스벤츠만의 매력임은 부정하기 힘들다.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얹자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출발했지만 절대 경솔하게 움직이지는 않았다.

마치 아직은 주인공이 나설 때가 아니라는 듯이.

그러나 5462cc V8 엔진의 폭발력은 숨길 수 없는 법.최고출력 388마력,최대토크 54.0㎏·m에 정지 상태에서 5.4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엄청난 위력은 전방의 시야가 트일 때면 어김없이 뿜어져 나왔다.

제동력도 탁월해 반 박자 정도 늦은 듯할 때 브레이크를 밟아도 정확히 앞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한 곳에 멈춰섰다.

시트에 앉아 있기만 해도 온몸의 피로가 풀리는 듯한 승차감 또한 다른 브랜드가 따라올 수 없는 메르세데스벤츠,그 중에서도 S클래스만의 강점.뒷좌석의 사장님은 물론 운전석의 기사마저 VIP로 대우하는 듯한 안락한 느낌이다.

적당한 소음을 즐기는 운전자를 위해 사운드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특유의 엔진음과 부드러운 핸들링이 승차감을 더욱 높여준다.

사고 위험이 있을 때 여러 안전장치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작동하는 프로세이프(Pro-safe) 시스템과 제동력을 높인 어댑티브 브레이크 시스템(Adaptive Brake System),주차할 때 주변에 장애물이 있으면 경고음을 울리는 파크트로닉 등은 빼어난 성능을 안전으로 뒷받침한다.

가격은 부가세를 포함해 2억960만원.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