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같은 중국 펀드인데 내가 가입한 펀드만 세금을 다 뗍니까?" "작년에 역외펀드에 가입했는데 해지하지 않고 기다리면 저도 혜택을 볼 수 있나요?"

해외펀드에 대한 과세여부를 둘러싸고 은행과 증권사 판매창구가 시끄럽다. 같은 해외펀드라도 국내 운용사가 만든 펀드에만 비과세 혜택을 주고 해외운용사의 역외펀드와 재간접펀드(펀드오브펀드)는 현행대로 세금을 물리기로 정부가 방침을 밝히고 나서부터다. 게다가 정책 발표 1주일 만에 '정부가 역외펀드에도 비과세를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펀드 가입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정부가 오락가락하는 사이 운용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외국계 운용사들이 다급해졌다. 지난 22일에는 역외펀드 최대 판매사인 피델리티가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과세근거 자료를 제출할 용의가 있음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으며 정부측도 비과세 혜택을 역외펀드로 확대할 수 있다고 구두로 알려왔다"며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날 "기술적으로 비과세가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외국계 운용사가 정부와 논의중인 사항을 정부보다 앞서 발표한 것은 그리 보기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일각에선 대형 외국금융사가 한국 정부의 조세 주권을 무시했다는 불쾌한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정부로선 이런 볼썽사나운 일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막대한 역외펀드 규모를 감안하면 펀드시장에 미칠 충격이 충분히 예견된 사항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판매된 역외펀드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11조원을 넘어섰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비과세 조치가 자칫 리스크가 적지 않은 신흥국가 펀드로의 자금쏠림 현상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비과세 대상이 되는 국내 운용사의 해외펀드 대부분이 이머징시장에 편중돼 있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국가에 분산투자하는 글로벌펀드나 펀드오브펀드는 세금 부담으로 고객에게 권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당초 원화 환율 안정과 펀드 세금 문제를 연결시킨 게 잘못이다. 참여정부의 '실수'중 하나는 모든 경제정책을 세금으로 풀려는데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일리가 있다.

박해영 증권부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