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원 < 경제부 차장 >

요즘 시중은행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리면서 예금금리 인상에는 매우 인색하기 때문이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의 기준금리인 91일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지난 1년 새 0.8%포인트가량 올랐으나 정기예금 금리는 0.5%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작년 말 CD금리가 속등하자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수익확보를 위해 CD금리 인상에 담합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왔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은행의주택담보대출 규모가 210조원 정도이고 이 가운데 97%가 변동금리 대출인 점을 감안하면 가계가 한 해 동안 더 내야 하는 이자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이미 가계의 가처분소득에서 이자로 나가는 비율이 9%를 넘어선 상황에서 대출금리 인상이 자칫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은행이 눈총을 받고 있는 데는 작년에 거둔 대규모 순익과도 무관치 않다. 지난해 18개 국내은행이 거둔 순이익은 13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997년부터 2000년까지 25조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던 시절을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호시절이다. 은행 건전성이 개선되고 대출 증가로 이자 수입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전체 은행 이익에서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이른다. 이자로 떼돈을 번 은행이 다시 돈장사에 나선다고 생각하면 너무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은행 속사정도 복잡하다. 최근 CD금리 상승은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부족 자금을 확보하려는 데서 비롯됐다. 통화 당국이 돈줄을 죌 경우 은행들은 앞으로 CD발행에 그치지 않고 은행채 발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 시중돈이 펀드 등 자본시장으로 빠져나가면 유동성 위기를 우려한 은행들은 예금 이자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이자자산 수익률과 이자부채 비용률 간 차이인 순이자 마진이 줄게 된다. 작년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순이자 마진은 2.64%포인트로 미국 상업은행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경상적인 이익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총이익률 측면에서 보면 은행 순익은 대출자산 증가에도 불구하고 예대금리차 축소로 줄고 있는 추세다. 2006년 국내은행의 총이익률은 2.82%로 미국(5.45%)에 비해 훨씬 뒤처진다는 평가다.

은행의 미래를 밝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이런 구조적 환경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국내 은행들은 초단기 수익 중심의 경영을 펼쳐온 데다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인력 양성에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해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리스크를 고객에게 다 넘기는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 경쟁을 통해 부동산 과열을 부추겼고 엔화 대출 경쟁에 뛰어들어 원화강세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다.

몸집을 불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한 금융사의 경쟁력 요소는 핵심 인재 육성이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인재 투자에 인색해 전체 순이익의 1%도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행이 추구해야 할 최우선 전략은 인력 양성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국가 전체의 서비스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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