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의 25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태황씨(40)는 최근 집을 넓혀 이사하려다 결국 포기했다.

자신의 집 값이 크게 올랐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알아 보니 큰 평형 주택의 상승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김씨는 "몇 년 전만 해도 20평형대 아파트를 팔고 일부 예·적금을 합치면 평형 이동이 가능했었는데 요즘은 불가능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중·소형과 중·대형 아파트 간 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중·대형 평형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진 데다 올 들어 1·11 부동산 안정대책 이후엔 중·소형 평형의 가격이 먼저 떨어지고 있어서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H아파트 26평형 가격은 6억원 선.하지만 같은 아파트 34평형은 11억원대로 두 평형 간 가격차가 5억원에 달한다.

인근 P공인 관계자는 "강남 30~40평형은 그 이하 평형보다 평당 500만원 이상 격차를 보이는 게 보통"이라고 전했다.

분당 서현동 S아파트 역시 비슷하다.

25평형 가격이 4억5000만원 안팎인 데 반해 이보다 불과 4평이 큰 29평형의 경우 6억원 선에 호가되고 있다.

W부동산 관계자는 "요즘엔 신규 분양 단지도 평형에 따른 평당 가격 격차가 크다"면서 "중·대형의 경우 공급에 비해 선호 수요층이 많아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비싸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의 경우 평형별 가격 차이가 훨씬 더 크다.

특히 강남권 저층 재건축 단지의 경우 불과 2~3평 차이인데도 가격이 2억원 이상 벌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개포동 E공인 관계자는 "최근엔 작은 평형 가격이 먼저 떨어지면서 평형별 가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세금 중과에 대한 대비책으로 작은 집을 팔고 중·대형 한 채로 단일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